
청도 대비사는 갈 때마다 느끼지만 참 아담하면서도 깨끗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말해 정감이 가는 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비사에서는 요즈음 이름이 난 절에서 종종 느끼게 되는 거추장스러움과 번잡스러움, 지나친 과시와 같은 그런 모습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값싼 과시보다는 오랫동안 속으로 다져진 세월의 무게가 오히려 더 아름답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금의 대비사가 존재하는 것은 이곳에 대웅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대웅전이 없는 대비사는 생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건물 밖에 칠해졌던 단청은 오랜 세월의 무게로 이미 희미해져 그 흔적만 남았지만, 꼿꼿한 그 자태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대웅전은 숙종 연간에 중건되었다고 합니다. 대웅전 내에는 석가삼존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지장보살과 관음보살을 협시불로 두었는데, 이 두 협시불은 최근에 조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2008년 여름에만 해도 본존불인 석가여래좌상만 있었습니다.
단정한 모습의 석가여래좌상은 아마도 대웅전이 중수될 때 같이 조성되었거나 아니면 조금 후대인 영∙정조시대에 조성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핏 보아선 놓치기 쉬운 곳인 불단 맨 아랫부분에 귀면 문양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무서운 얼굴을 하였지만, 왠지 낯설지 않고 친밀감이 듭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예전에 칠한 단청이 세월의 무게로 바래기는 했지만 지금도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법당에 앉아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앞에 모셔진 부처님도 한 번 보고, 그 뒤로 걸려있는 탱화도 한 번 보고, 그리고 그 아래의 불단에 새겨진 귀면도 한 번 바라봅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천장 가득히 그려진 그림들을 바라봅니다. 아~, 천상의 세계가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이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