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6월 30일
극사실주의 화가 고영훈의 도자기 그림


사진은 극사실주의 화가인 고영훈의 도자기 그림과 그리고 그 그림과 비슷한 실제 도자기 사진입니다.
고영훈은 징그러울 만큼 대상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화가입니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극사실주의 화가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초기 시절 그는 우리 주위의 돌이나 암석을 극한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여 '이것이 돌이다'라고 선언하는 듯 그렸습니다. 따라서 그의 돌그림은 충격적이고, 때로는 기이한 그림으로 받아 들여지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그의 그림은 대상을 똑같이 묘사하지만, 그 그림 속에는 또 다른 환상의 세계를 보여 줍니다.
그는 말하기를 "제 그림을 보면 사진인 줄 알아요. 그러나 똑같이 그리는 게 목적은 아니죠. 하나의 사물에 온전히 나를 투영시켜 그 사물의 아름다움을 내 식대로 재창조하는 게 목표죠"라고 하였습니다.
만일 그림을 사물이 있는 그대로 그냥 세밀하게만 그린다면, 그 그림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의 말처럼 화가가 창조해내는 작품 속에 그의 정신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형태만 있을 뿐 속은 텅 빈 껍데기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고영훈이 우리 도자기를 그리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같이 보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김환기나 도상봉과 같은 여러 화가들이 도자기 그림을 그렸으나, 고영훈처럼 도자기를 정면승부하듯 극사실적으로 그려낸 예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면 그는 이 도자기 그림 속에 과연 무엇을 담아내고 싶었을까요?
그리고 그가 그림으로 그린 도자기와 실제의 도자기를 비교해 볼 때 우리는 서로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요?
아쉽게도 그의 도자기 그림에서는 실제 도자기에서 느낄 수 있는 세월의 흔적과 옛날 도공의 손길을 완벽하게는 표현하지 못했를 뿐만 아니라, 오랜 도자기가 갖고 있는 세월의 깊고 그윽한 멋을 담아내는데도 조금은 부족해 보입니다.
물론 오랜 세월의 흔적을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만...
"우리 눈에 보이는 실제가 어쩌면 허구일지 모른다. '없는 듯 하나 있는 세계'를 그리고 싶다"라는 그의 말처럼 그의 그림이 그가 목표하였던 바를 얼마만큼 성취하였는지는 선뜻 가늠하기 어려우나, 그를 우리 시대의 개성있는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 by | 2006/06/30 00:30 | 미술산책 | 트랙백 | 덧글(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그리고, 개인 소장품 중에도 아니면 시중에 돌고 있는 것들 중에도 저렇게 상당히 비슷한 도자기 복제품/영향을 받은 것들이 많은가 보네요. 한국의 사정이 어떤지 전혀 몰라서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그건 그렇고 하늘사랑님도 대단하시네요. 어찌 저렇게 비슷한 (제가 보기엔 거의 같은 각도의) 사진을 찾아 올리시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