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3월 24일
경복궁 교태전

교태전(交泰殿)은 경복궁에서 가장 깊고 은밀한 곳에 있는데, 이는 이 건물이 왕비의 침소이자 내명부와 궁궐 안의 여성문제를 총괄하고 왕실의 각종 업무를 주관하는 집무 공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태전은 세종 22년(1440) 무렵 처음 건립되었으며,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것을 고종의 경복궁 재건 당시에 중건되었습니다. 하지만 1917년의 화재로 소진된 창덕궁 내전 전각을 중건한다는 구실로 헐려 창덕궁 대조전의 부재로 쓰였습니다. 지금의 교태전은 1994년에 복원한 것입니다.

교태전은 강녕전과 마찬가지로 지붕에 용마루가 없는데, 이런 지붕을 무량각(無樑閣)이라 하며 왕과 왕비의 침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구조입니다. 이는 용으로 상징되는 왕이 머무는 건물이라 용마루를 올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교태전에 용마루가 없는 점은 왕의 침전인 강녕전과 같으나, 교태전에는 강녕전에 있는 월대(月臺) 대신에 정면 세 곳에 계단을 설치하였습니다.

부속건물이 강녕전에서는 분리되어 있지만, 교태전의 경우에는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뒤로 이어져 있어 공간 활용이 강녕전보다 훨씬 내밀합니다. 그리고 건물 곳곳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장식들은 이 건물이 왕비의 침소임을 짐작케 합니다.

정면으로 교태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동서로 긴 행각을 거느린 양의문(兩儀門)을 통해야 합니다. 이 행각에 있는 굴뚝에도 '만수무강(萬壽無彊)'이란 글자가 장식되어 있어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교태전 뒷뜰로 가는 도중에 있는 담장을 장식하고 있는 꽃문양 또한 화려하면서도 그윽한 기품이 넘쳐 납니다. 갖가지 꽃들과 나비가 오밀조밀하게 장식되어 있는 이 꽃담장을 보고 있으면 마치 아름다운 꽃밭을 직접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교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뒤뜰에 해당하는 아미산(蛾眉山)입니다. 말이 산이지 실은 경회루 연못을 파면서 나온 흙을 이용해 쌓은 인공시설로 작은 둔덕에 불과합니다.
아미산은 큰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아래쪽으로 층이 지도록 장대석을 세 단으로 쌓아올리고, 그 사이사이 둔덕에 꽃과 나무를 심고 일영대(日影坮)와 월영대(月影坮)의 석조물과 괴석 따위로 장식한 화계(花階)입니다.

아미산의 굴뚝은 화강암 지대석 위에 벽돌을 30단 또는 31단으로 쌓았으며, 6각의 각 면은 역시 벽돌처럼 구워 만든 네 종류의 무늬판을 끼워서 장식하였습니다. 제일 아래 무늬판은 벽사를 상징하는 갖가지 동물을, 그 위의 큼직한 직사각형 무늬판에는 사군자와 십장생을, 그 위의 네모진 회색 벽돌에는 길상과 수복을 뜻하는 무늬를 장식하였으며, 맨 위에는 덩굴무늬가 박힌 무늬판을 끼웠습니다.
이렇게 구성된 아미산은 소박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으며, 거기 담긴 은유와 상징은 깊고 다채롭습니다. 튼실하게 다듬은 화강암을 단순하게 쌓아올린 품새나 요란한 장식을 배제한 채 나머지를 자연에 맡겨버린 마음씀이 소박하기만 합니다. 아미산과 굴뚝은 보물 제81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by | 2007/03/24 07:23 | 문화유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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