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9월 12일
신정아 스캔들

요즘 장안의 화제로는 신정아 스캔들을 단연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습니다.
신정아 씨의 학력위조로 불거지기 시작한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 볼 때 한 고위 정치 권력자와 한 여성의 부적절한 관계와 이로 비롯된 부당한 청탁과 압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야 사실 표면화만 되지 않았을 뿐, 어느 때건 있었던 일이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이 이처럼 확대된 데는 스캔들 당사자들의 뻔뻔한 거짓말 외에도 대선을 앞둔 미묘한 정치상황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청와대의 판단력 부족 등이 함께 어우러져 엄청난 파문으로 확대되어 버렸읍니다.
이번 스캔들처럼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이 젊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되는 경우를 주위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욕망의 진화'의 저자이자 미국 텍사스대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버스는 이러한 일은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유명인이든 무명인이든, 원시인이든 현대인이든 관계없이 인간사회에서 늘 발생할 수 있는 사례라는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생존'과 '번식'을 양대 축으로 살아가며, 남성의 경우 '자원'을, 여성의 경우 '성'을 기본방편으로 삼아 이를 관철시킨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부부관계의 밑바탕엔 장기적이고 안정적 거래가 깔려 있으며, 결혼은 자원과 성의 상호 독점을 선포하는 의식이라는 것입니다. 즉, 치밀한 저울질을 통해 혼인한다는 뜻인데, 시간이 흐르고 조건이 달라지면서 종종 그 전략적 제휴가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조강지처를 버리고 68세 나이에 35년 연하의 개인 비서와 재혼해 화제를 뿌렸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있으며, 그 외에도 록스타 로드 스튜어트나 믹 재거, 영화배우 워렌 비티나 잭 니콜슨도 풍부한 자원과 높은 지위 덕분에 20-30살 적은 여성을 배우자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스캔들에서 변양균 씨가 치명적인 독소를 안고 있음에도 그 유혹을 떨치지 못했던 신정아 씨와의 불륜은 한편으로는 이런 인간의 본능이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죽음과 같은 치명상을 가져다 줄 지도 모르는 독배를 이렇듯 마시게 한 그 달콤함이 그에게 비극이라면 비극이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평소에 그토록 잘 지키던 이성까지도 마비시키면서까지 다른 경우 같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도 일으키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는 이러한 본능은 어쩌면 인류 진화론상 이제까지 우리 인류라는 종족을 유지시켜 온 바탕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신정아 스캔들에선 한순간의 그 달콤함이 가지고 온 상처가 너무나 크고 깊습니다.
각설하고 앞서 말한 진화심리학적 관점으로 백번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번 스캔들이 이토록 많은 비난을 받는 이유는 변양균 씨가 일반인과는 다른 고위 공직자로서 갖고 있는 권력을 극히 개인적인 목적으로 부당하게 남용하였으며,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도 시종일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였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로서는 쉽지는 않았겠지만 이 사건이 불거질 때 처음부터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했더라면 지금처럼 엄청난 곤경 속으로 빠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참, 혹시... 그로서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말 못할 사정이 따로 있었는 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시대를 막론하고 일어났던 이러한 스캔들이 앞으로도 근본적으로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중세 십자군 전쟁 당시 성지 탈환을 위해 장기간 원정에 나선 영주나 기사들이 부인의 정절을 지키기 위해 했던 것처럼 고위 공직자들에게 정조대를 채울 수도, 아니면 그들을 모두 환관으로 교체할 수도 없는 일이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 환관이란 거세된 남자들로 이루어진 관직으로, 이들은 자신의 성기와 고환을 함에 담아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합니다.
# by | 2007/09/12 19:05 | 잡상잡필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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