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현장 가림막부터 치워라. etc.

▲ 화재로 전소, 붕괴된 국보 1호 숭례문 주위로 가림막이 처져 있습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숭례문 화재사건은 많은 국민을 충격과 슬픔 속으로 빠뜨렸습니다.

이러한 대형사고 후에 늘 보아오던 일이지만, 이번에도 책임부서 간의 책임 떠넘기기와 함께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을 그럴싸한 대책들만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여 씁쓸하기만 합니다.

이번 화재사건은 정부로 봐서도 무척이나 한심하고 부끄러웠던지 사건 후 취한 첫 번째 조치가 화재현장을 가림막으로 가려 현장을 볼 수 없게 한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하여 이미 저질러진 일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여 당장 눈앞의 참혹한 모습이라도 숨기고 싶었던 모양이죠.

무엇보다도 한심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중한 문화재가 소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진정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유홍준 청장의 사의발언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 결코 경감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의 책임소재를 굳이 따진다면, 첫 번째로 국가 중요문화재를 제대로 관리못한 문화재청과, 그리고 이번 화재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소방청, 그리고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와 중구청도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 방화로 인해 전소된 숭례문 주변에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통제하고 있습니다. ⓒ 권우성

숭례문 화재사건 후 책임을 묻는 여론의 질타에 의해 유홍준 청장의 사의발언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때늦은 사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물론 화재현장을 둘러본 이명박 당선자의 발언 또한 곁들였고요.

이 당선자는 복원문제를 거론하면서 "중건은 문제가 없을 텐데 화재가 났으니 국민들의 가슴이 아플 테고, 전체적인 사회 혼란도 걱정스럽다"라고 했다죠. 발언 일부만 보도되어서 혹시 잘못 이해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번에 전소된 숭례문의 모습을 원형대로 복원하기만 하면 숭례문의 역사적 가치도 함께 복원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설마 아니겠죠. 어떤 문화재든 일단 소실이 되고 나면 어떠한 방법으로도 영원히 원상태로 복원될 수가 없음은 너무나 초보적인 상식입니다.

또한 이 당선자는 숭례문의 복원방안에 대해 국민성금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발언도 하였습니다. 물론 이 발언의 진의야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숭례문의 모습을 다시 찾자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 발언은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을뿐더러, 무엇보다도 이런 모든 발언에 앞서 그가 서울시장 재직 시 숭례문 개방을 실행하면서 그에 따른 보안조치도 당연히 함께 이루어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실수에 대한 정중한 사과발언이 먼저 있었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사과발언이 빠진 이 당선자의 말은 진의가 무엇이든 설득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소재를 따지다 보면 결국은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돌아옵니다. 우리 누구도 이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숭례문 화재현장의 가림막부터 없애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우리의 잘못에 대한 자책감을 더 절실히 느껴야 합니다. 오죽하였으면 화재로 전소된 숭례문을 복원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지금의 흉한 모습 그대로 두어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자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

일제 때 성벽이 파괴되어 성문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려 이미 한 번 죽임을 당한 숭례문이 이번 화재로 다시 한 번 더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앞으로 숭례문을 복원하더라도 이번 화재사건의 교훈을 잊지 않을 방안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부끄럽고 가슴 아프지만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숭례문에 저지른 우리들의 잘못을 제대로 속죄하는 한 방법일 것입니다.

덧글

  • Hikaru 2008/02/22 11:27 # 답글

    정말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첨단 기술로도 다시 되살릴 수 없는 선조들의 지혜와 노력이, 아름다움이 사라져서 정말 가슴이 아프네요. 잃고나니 소중함을 느껴요.
  • 하늘사랑 2008/02/22 20:09 # 답글

    Hikaru님/ 정말 그래요.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없어지고 난 후에야 소중함을 느끼는 게 너무나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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