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과 심형래

- 심형래

형래는 '디 워'라는 영화 한 편의 성공으로 그가 떨쳐버리고 싶었을지도 모를 개그맨이란 타이틀보다 영화감독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좋은 영화란 많은 관객을 끌어들여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아니라, 비록 흥행에 실패하여 제작자나 감독을 참담하게 만든 영화라 할지라도 관객들에게 나름대로 의미를 주고 또한 감동까지 주었던 영화들입니다. 따라서 좋은 영화감독은 이러한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든 감독이겠죠. 이런 의미에서 심형래가 지금 영화감독으로서 받고 있는 일반 대중의 평가는 분명히 분에 넘친 것입니다.

(저의 편견이라고 비난하더라도 별로 변명하고 싶지도 않지만) 영화감독으로서의 그의 역량을 그다지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작년에 불었던 '디 워' 돌풍에도 그 영화를 보지 않았고, 그리고 그가 지금과 같은 영화관을 계속 갖고 있는 한 앞으로도 그의 영화를 볼 생각이 없습니다. 저에게 있어 그는 그저  바보흉내나 내었던 '영구' 시절의 개그맨으로 남아있으며, 지금의 영화감독 심형래보다는 예전의 개그맨 심형래에게 훨씬 더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 이제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지난 30일 김포공항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중앙여성위원회 워크숍'에서 초청 연사로 나서 '나의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였는데, 이 강연 중에 한 일부 이야기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날 모임은 한나라당 여성 국회의원과 전국 여성위원들이 모인 공식 행사로 정몽준 최고위원과 안상수 원내대표도 참석하였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이들이 인사말을 한 뒤 자리를 뜨자 따라 함께 일어서는 여성위원들로 강연장이 어수선해지자 이들의 관심을 붙잡아두려는 의도로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 등의 성적 농담을 쏟아 놓았다고 하네요.

이번에 비난을 받았던 성적 농담의 내용들입니다.

"우리나라 남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여자들 '류'가 있다고 그래요...,
첫째가 엘리베이터 걸, 간호원, 골프장 캐디,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좋아하는데,
간호원 앞에 가면 그러잖아요. 주사 놓기 전에 '자~ 빨리 바지 벗으세요' 이러고...,
엘리베이터 걸들은 '빨리빨리 올라타세요',
골프장 캐디들은 '뭐하세요, 구멍에 넣지 않고',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참 잘했어요. 다시 한 번 해볼까요', 이건 내가 한 이야기가 아니고..."
 
야간업소에서 개그맨들이 말하기에도 약간 민망할 성적 농담이 집권여당의 그것도 '중앙여성위원회 워크숍'에서 버젓이 계속되었습니다. 한심스럽게도 많은 참석자들은 낯 뜨거운 이런 저질 개그에 박장대소로 응답하였고요...
 
"남자의 정력을 불로 표현하면?
10대 부싯돌 - 아무리 부쳐도 안 되는 거
20대 성냥불 - 한번 붙었다 꺼지는 거
30대 휘발유 - 폭발하고, 화력 좋고
40대 장작불 - 화력 좋은 게 오래간다고
50대 담뱃불 - 빨아야 돼
60대 화롯불 - 그다음부터 죽었나 보면 살아있고
70대 반딧불 - 불인 것 같으면서도 불이 아닌...
80대 불조심 포스터 - 형체만 있어."
 
음..., 근데 이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이미 고인이 된 개그맨 김형곤의 개그라고 출처를 밝히면서 자신은 살짝 발을 빼는 센스까지 잊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김형곤 묵사발 내기는 계속됩니다.
 
"난 처음에 사람이 몸 크면 그것도 큰 줄 알았다. 내가 김형곤이랑 목욕탕에 갔다가 깜짝 놀랐잖아..., 걔가 찬물에 들어갔다 나오니깐 없더구먼, 없어..., 머리 감다 무슨 종기 난 줄 알았어..., 대부분 뚱뚱한 애들이 여자하고 못해요..., 한번은 지방 촬영차 여관에서 잔 적이 있어요. 뚱뚱한 애 둘..., 오재미, 김형곤, 나...,
셋이 잠을 자는데 잠을 못자겠어..., 새벽 한시만 되면 두 놈이 일어나요..., 왜 일어나는지 아세요? 옆 방에 남자랑 여자랑 하는 그 소리 들으려고..., 여자하고 그게 직접 그게 안되니까 그쪽으로 발달하더만..., 갑자기 두 놈이 벽에다 귀를 갖다대고 오재미 이 놈은 빈 컵을 갖다대면 더 잘들린다나..., 빈 컵을 대고 듣는데, 옆 방에서 계속 그러더래...,

'흐, 흐, 흐, 흐'

내가 알고 보니 옆 방은 빈방인데 지가 지소리 듣고 흥분해 가지고..., 내가 이 얘기 안 하려고 그랬어요. 창피해 가지고..."
 
이날 심형래가 하였던 이야기 중에 가장 문제가 있는 부분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과연 이날 강연 주제에 적합한 내용인지는 젖혀두고, 그리고 이 이야기의 사실 여부 또한 젖혀두고, 왜 오재미와 이미 고인이 된 김형곤의 이름을 굳이 밝혀야만 했을까요? 만일 다른 후배 개그맨이 비록 농담삼아 한 이야기라고 해도 자신과 관계된 이런 이야기를 자신의 이름을 밝혀가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였다면 과연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을까요?

이처럼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런 부분이 제가 심형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면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by 하늘사랑 | 2008/05/02 13:00 | 잡상잡필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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