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수가 노랗다. etc.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저녁 촛불문화제에 학생과 시민 2만 5천여 명이 모였습니다. ⓒ 권우성
 
리 옛말에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말도 있지만 "싹수가 노랗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요즈음 이명박 정부를 보고 있으면 "싹수가 노랗다."라는 옛말이 자꾸만 머리에 떠오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되었습니까? 아니면 2년이 되었습니까? 그토록 많은 국민들의 지지와 조·중·동 등 대형 언론사의 일방적인 지원을 업고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한 지 불과 3개월도 안 되어 지지율 20% 후반대로 추락하였다니 그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얼마나 큰 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있었던 이 대통령 방미 중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합의문은 새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으로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던 한계점에 이른 분노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이 되었습니다. 이 합의문에 대한 분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거세어져서 전국 각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또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인터넷 탄핵 청원 서명은 한 달 만에 벌써 120만 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2개월 동안 일어난 일들을 한번 돌이켜 보면 왜 국민들이 이토록 새 정부에 실망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출범 초기부터 '강부자' '고소영' 내각 논란, 4·9 총선 파행 공천, 청와대 수석 재산파동으로 국민의 반감은 차곡차곡 누적됐고, 결국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영어몰입교육이다, 한반도 대운하다, 혁신도시 계획안 변경이다 등 국민여론과 동떨어진 정책들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만 키웠고,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관하다 지금과 같은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정부·여당은 이번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광우병위험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촛불문화제'에 모인 수만 명의 시위대와 이명박 대통령 탄핵서명운동을 '배후조종세력이 있다' '좌파세력의 선동'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니, 새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이와 같은 일로 전개된 사실을 인정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일인 모양입니다.
 
어찌 보면 '쇠고기 민심'은 '국민의 자존심'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미국 쇠고기 전면개방에 대한 반발은 좌파세력의 선동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이란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탓이며, 그 이면에는 이번 이 대통령의 방미 중에 보인 모습들이 많은 국민들에게 미국에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끌려다니는 모습으로 비친 면도 무시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면 이번에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합의문에서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요?
 
이번 합의문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거의 무제한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광우병 발생 가능성과 같은 국민건강의 위협과 한우 축산농가의 몰락과 같은 국가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 합의문은 미국 측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양보하여 검역주권까지 포기하다시피한 굴욕적인 합의문이란 점을 많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이번 합의문이 미국 의회 내의 조속한 FTA 통과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결과적으로 졸속으로 이루어져 우리나라 축산농가의 이익을 위한 최소한의 협상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였다는 점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이번 합의문은 대통령의 미국방문에 대한 답례로 거의 갖다 바치다시피한 진상품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더라도 실제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확률은 그다지 높다고 볼 수 없어 광우병의 위험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는 안전하다고 단정 지울 수 없는 일이고, 또한 이미 생겨버린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어떻게 없애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문제는 정부 관계자들과 일부 언론들이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하여도 이제까지 그들이 보여온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로 말미암아 국민들의 신뢰를 많은 부분 이미 잃어버렸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신뢰성의 상실은 새 정부가 이번 사태를 해결함에 있어 넘어가야 할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이번 합의문의 문제점에는 여러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논란거리들이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축 전 100일만 미국 내에서 사육하면 수입한 외국 소도 한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나, 미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는 '육회수공정' 쇠고기와 분쇄육, 그리고 가공육을 수입하기로 한 것들이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육회수공정(AMR : Advanced Meat Recovery)'이란 고기를 발라낸 후 뼈에 남아있는 고기조각들을 회전벨트 등을 이용해 갈아내는 것을 말하는데, 뼈에 붙은 잔고기를 기계를 이용해 채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뼛조각이 들어갈 위험은 물론, 신경과 골수 조직이 섞일 위험이 매우 큽니다. 그만큼 광우병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분쇄육(간고기) 수입 허용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험버거 패티로 흔히 사용되는 분쇄육은 육회수공정육과 마찬가지로 여러 마리의 소가 섞여 들여가게 되며, 이 때문에 광우병의 원인인 프리온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고, 미세하게 갈려 부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뼈나 신경조직·내장 등의 불순물이 포함되기도 쉽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육회수공정에서 얻은 고기와 분쇄육, 그리고 꼬리 부위 등을 '잠재적 위험(potentially risky)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비록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국내에서의 광우병 발생 확률이 매우 낮다 하더라도 이러한 잠재적 위험물까지 무분별하게 수입을 허용한 것은 새 정부가 FTA 승인을 위해 국민의 건강까지 모른 체 하였다는 주장까지 쉽게 잠재우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어쩌면 수입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최소한 대통령 이하 모든 국무위원들이 매일 미국산 수입 쇠고기 중 육회수공정에서 얻은 고기와 분쇄육, 그리고 꼬리 부위 등을 공개적으로 시식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덧글

  • 티티 2008/05/07 18:13 # 답글

    안녕하세요 ㅋㅋ

    늘 관심 가져주시고, 진지한 덧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조언은 잘 받아들여서 앞에꺼는 고치고... 뒤에꺼는 '구실'보다는 '불씨'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서 내용을 쪼금 고쳤어요. ('씨앗'보다는 '불씨'가 더 나은 표현일듯)

    근데 왜 덧글을 지우셨는지 /음흉/
    그나마 덧글이 빈한데... ㅋㅋ 글쎄 제 블로그에는 덧글이 별로 없어요..

  • 티티 2008/05/07 18:14 # 답글

    링크 걸었어요!
  • 하늘사랑 2008/05/07 18:25 # 답글

    티티님/ ㅎㅎ 썼다가 지운 덧글 보셨군요. 써놓고 보니 주제넘는 짓 같아서 그만 지웠어요.
    '불씨'라는 표현, 잘 선택하셨네요. 저 또한 한번 생각했던 단어였고요.

    티티님의 블로그, 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의 블로그에도 한번씩 들러 흔적이나마 남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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