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めがね)


속 없이 바쁘고 복잡하기만 한 도시생활에 지친 많은 사람들은 한 번쯤은 모든 이해관계와 욕심, 그리고 근심과 집착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롭고 여유로운 자신만의 여행을 꿈꾸어 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소중한 그 무엇임에도 종종 잊고 지냈던 자유로움의 의미를 일본영화 특유의 감상적인 섬세함으로 세련되게 표현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안경'에서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됩니다.
- '하마다'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으로, 모두 안경을 쓰고 있는 점이 이 영화제목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조용한 바닷가 민박집 '하마다'의 주인 유지의 말처럼 "저쪽은 바다고, 이쪽은 마을"인 것만 알고 있으면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는 이곳의 봄은 단출하기만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영화 포스터에서 하고 있는) '메르시 체조'를 하고, 함께 식사를 한 뒤, 바다와 함께 하루를 보냅니다. 어찌 보면 이곳에서 하는 일이라는 게 바닷가에서 사쿠라(모타이 마사코)의 빙수를 먹으며 사색을 하거나, 함께 맥주를 마시거나, 유지(미츠이시 켄)와 하루나(이치카와 미카코)의 만돌린 연주를 듣거나, 낚시를 하거나 하는 게 거의 전부이다시피 합니다.

여교수인 타코에(코바야시 사토미)가 봄날 이곳 '하마다'를 휴대전화가 통하지 않는 곳이란 이유로 찾아옵니다. 아마도 그녀는 잠시나마 세상과 단절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때쯤 늘 작은 손가방 하나만 들고 '하마다'를 찾아오는 사쿠라와는 달리 타코에는 큰 트렁크에 물건을 잔뜩 넣고 찾아옵니다. 하지만 나중에 길가에서 헤매고 있던 타에코가 자신을 찾아나선 사쿠라의 자전거 뒤편에 타는 순간 자신이 가지고 온 큰 트렁크는 쓸데없는 짐에 지나지 않으며 잠시나마 내버려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집착과 욕심을 버림으로써 자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 영화 마무리 부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타코에가 달리는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는 장면인데, 끼고 있던 안경을 조금 후 실수로 차창 밖으로 떨어뜨려 잃어버리지만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잘못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쯤, 2분쯤 더 가서 좌회전하면 나오는" '하마다'와 같은 삶의 휴식처에서 느끼게 되는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그 무엇일 것입니다. 타코에와 함께 식사 중에 "매실은 향기, 벚꽃은 꽃"이라는 사쿠라의 말에 "매실과 벚꽃을 양 손에 쥐다"라는 유지의 말처럼 행복이란 이처럼 아주 사소해 보이는 것 속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하얀 모래밭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남쪽 섬의 봄날에 맛볼 수 있는 달콤하면서도 편안한 낮잠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by 하늘사랑 | 2008/05/25 14:48 | 영화산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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