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11일
촛불집회가 말하는 것은...

지난 1987년 6월10일 서울에서는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6·10 국민대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4·13 호헌 조치'가 민심을 자극하였고, 이어 박종철·이한열 두 젊은이의 죽음은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어 '6·10 민주항쟁'에 이어 '6·29 선언'으로 이어져 결국 군사정권의 항복을 받아내었습니다.
그로부터 21년 뒤, 6·10 민주항쟁에 버금갈 만한 대규모 집회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으니,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하는 '100만 촛불 대행진'이 그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이토록 많은 시민들을 거리에 모이게 만든 걸까요? 현 정부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하였기에 불과 수개월 만에 지지도는 땅바닥으로 추락하고, 자신들을 지지하였던 사람들조차 등을 돌리게 만든 걸까요?
그 원인은 이번 미국과의 쇠고기협상 때문만은 아닐 것이며, 쇠고기협상은 단지 불쏘시개로서의 역할을 하였을 뿐 그동안의 여러 원인들이 누적된 결과로 보는 것이 온당한 판단일 것입니다. 이런 저런 여러가지 원인으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를 국민 다수를 위한 정부가 아니라, 소수 부유층만을 위한 정부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현 정부가 지금과 같은 수렁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생각하기에 따라선 별로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말이 되겠지만 이 대통령이 허상에 불과한 CEO 대통령이라는 집착에서 벗어나 국민은 기업의 직원이 아니라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하고, 국민들이 원한다면 죽는시늉이라도 할 마음가짐을 가지는 일입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은 단지 국민이 원하는 바를 대신하여 실천해야할 집행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가지는 권한은 국민들이 인정해줄 때만 유효한 것입니다. 국민들이 원한다면 대통령은 설령 그것이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고 할지라도 그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을 거부할 이유도, 그리고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고집할 명분도 없습니다. 포기할 것은 조금이라도 빨리 포기하는 것이 국민의 뜻에 따르는 길입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은 국민의 머슴'이라고 언젠가 말했듯이 (이 말이 빈말로 한 것이 아니라면), 머슴은 주인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주인을 거역하는 머슴은 더 이상 머슴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주인 말을 듣지 않는 머슴을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대통령을 머슴 갈아치우듯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므로 이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이제까지와 같은 자만과 아집을 버리고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것이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 by | 2008/06/11 19:46 | 잡상잡필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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