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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8 19:36

로비스 코린트의 '카인과 아벨' 미술산책

로비스 코린트(Lovis Corinth, 1858~1925), 카인과 아벨
1917년, 114 x 150cm, 캔버스에 유채, 뒤셀도르프 미술관


간은 사랑과 증오를 함께 지닌, 야누스의 얼굴과 같은 양면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따라서 인간을 말할 때 사랑과 관용과 같은 선한 면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증오나 폭력과 같은 악한 면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인간이란 선한 면보다는 악한 면이 곧잘 더 잘 나타나는데, 그래서일까요?, 흔히들 인간을 '카인의 후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독일 화가 로비스 코린트는 이런 인간의 폭력성을 <카인과 아벨>이란 제목의 그림을 통해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의 대학살을 그 원죄적 죄악상에 기대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잘못을 비판하면서 그 잘못을 고치기를 격려해보는 그런 기대조차 아예 포기한 채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는 저주로 인간의 '살해 본능'을 통렬히 고발하고 있는 듯 느껴져 섬뜩한 느낌마저 듭니다. 따라서 이 그림은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자학적인 질문을 심각하게 던지고 있습니다.

그림은 피묻은 손으로 돌을 집어든 카인과 그 밑에 무참히 뭉개진 아벨, 그리고 그 위로 쏟아지듯 날아오는 까마귀 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카인의 얼굴은 하늘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하늘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를 의식하면서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하였는지를 어렴풋이 깨닫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신의 저주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아벨에 대한 자신의 저주에 더 몰입해 있습니다.
Lovis Corinth, The Large Martyrdom, 1907

카인이 이처럼 무참히 아벨을 살해한 것은 용서받기 어려운 죄입니다. 하지만 신은 카인이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었음에도 그의 목숨을 그 대가로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성경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카인이 주께 말씀드렸다. '이 형벌은 제가 짊어지기에 너무 무겁습니다. 오늘 이 땅에서 저를 쫓아내시니, 하느님을 뵙지도 못하고, 이 땅 위에서 쉬지도 못하고, 떠돌아다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저를 만나는 사람마다 저를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 주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다. 카인을 죽이는 자는 일곱 곱절로 벌을 받을 것이다.' 주께서는 카인에게 표를 찍어주셔서 어느 누가 그를 만나더라도, 그를 죽이지 못하게 하셨다."(창세기 4장 13~15절)

미움과 증오는 인간으로 하여금 쉽게 또 다른 폭력에 기대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피는 피를 부르고,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옛 현인들은 심지어 죄인을 앞에 놓고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말했는지도 모릅니다.

Lovis Corinth, Self-Portrait With Skeleton, 1896

로비스 코린트
는 독일 미술에 인상주의를 도입했으며, 자유로운 붓놀림과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여 그 이후에 전개된 독일 표현주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독일 뮌헨의 미술학교에서 전통적인 미술교육을 받았으며, 1884년 이후로는 프랑스 파리에서 아돌프 기욤 부그로 밑에서 공부했습니다. 파리에 있는 동안 프랑스 인상주의와 루벤스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이런 영향으로 1900년 베를린에 정착한 뒤에는 초기의 어둡던 그의 그림이 밝고 활기를 띠게 되었습니다.

그는 막스 슬레포크트 및 막스 리버만과 함께 베를린의 아카데미파에 대항하여 분리파 운동을 이끌었습니다. 그는 20세기 초 표현주의 출현에 대항하였으나 자신도 모르게 표현주의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되었습니다. 훗날 그는 인상주의적 표현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었으나 표현주의 가치를 깨닫고 그 특성의 상당부분을 받아들였습니다.

그의 그림 가운데 발헨제 지역을 그린 풍경화와 초상화가 유명하지만, 제단화인 <골고다 Golgotha>(1909~11) 같은 격정적인 분위기의 종교적인 작품들도 그렸습니다. 또한 <묵시록 Apocalypse>(1921) 같은 에칭과 석판화도 제작하였는데, 이것들은 그의 그림 이상으로 뛰어난 표현주의 양식을 보여줍니다.


- 글 일부는 이주헌의 '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를 참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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