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 귀얄문과 이정웅의 붓 그림 옛 도자기

- 분청사기 귀얄문 대접


청사기는 그 장식기법에서 어떤 다른 도자기들보다도 다양합니다. 사진은 귀얄문으로 장식된 분청사기 대접으로 조선시대인 16세기 진해 웅천 가마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접의 안팎으로 한 줄로 원을 그린 이런 기법은 분청사기 귀얄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대담하게 휘두른 듯 보이는 풀비 자국이 첫눈에도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시원한 느낌이 귀얄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이기도 합니다.
- 분청사기 귀얄문
대접

매우 단순해 보이는 이런 기법은 어쩌면 인화문이 갖는 수고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함이 주는 활달함과 속도감, 그리고 힘은 그 나름대로 멋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분청사기 귀얄문
대접

세상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듯 보이는 것들도 알게 모르게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특히 도자기와 회화와 같은 예술 분야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일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죠.

이런 맥락에서 분청사기 귀얄문과 지금은 중견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정웅의 붓 그림을 한 번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실제로 이정웅이 자신의 붓 그림을 분청사기 귀얄문에서 영감을 얻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분청사기 귀얄문을 보고 있으면 왠지 그의 붓 그림이 떠오릅니다. 그의 붓 그림에서 느껴지는 먹의 흔적이 분청사기 귀얄문에서의 풀비 자국과 묘하게 오버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정웅의 붓 그림 하나를 보시죠.
- 이정웅, 붓

현대미술은 실로 다양한 양상을 보입니다.

우리가 보기엔
물감을 아무렇게나 캔버스에 뿌려 화면을 가득 채운 듯한 잭슨 플록과 같은 화가가 있는가 하면, 실제보다 더 사실적으로 물방울만 줄기차게 그리는 김창렬이나, 점으로 모든 걸 표현하려는 이우환같은 화가도 있습니다. 반면에 이정웅은 붓을 그려 유명해진 화가입니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서양화 붓으로 동양화를 그립니다. 큰 캔버스에 먹물을 잔뜩 먹인 붓을 극사실적인 기법으로 그려넣습니다.

이정웅의 극사실적인 그림 그 자체는 어쩔 수 없이 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합니다. 이런 정적인 이미지는 보기에 따라선 따분한 느낌이 들기 쉽기에 그는 이런 정적인 이미지에 변화를 줄 동적인 무언가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의 붓 그림은 이런 필요로 말미암아 그려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극사실적로 그려진 붓 자체가 주는 정적인 이미지와 붓이 그려나간 먹의 흔적이 주는 동적 이미지가 묘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덧글

  • 안재형 2009/06/16 10:52 # 답글

    으아~~ 저 붓이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라는 것이 믿기 어렵군요.

    설명을 듣고 보니까, 정말 사진처럼 그린 붓 하나만 떨렁 있으면 재미가 떨어질 법 하군요.
    옆에 그 붓으로 그린 듯한 선이 하나 있는 것이 작품을 확 다르게 만드는군요.

    귀얄문 대접도 좋고, 붓 그림도 좋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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