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도 춘화를 그렸다? 미술

- 단원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전하는 춘화, 18.6 x 26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녀의 성풍속을 그린 춘화(春畵)가 언제부터 그려졌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오래전부터 그려졌을 것입니다. 요즈음이야 사방에 널린 게 포르노 사진들이니 굳이 춘화 따위를 그릴 필요가 없어졌지만, 사진이 없었던 예전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춘화가 필요하여 은밀하게 그려졌을 것입니다.

단원 김홍도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조선시대의 화가입니다. 그런 천하의 단원도 춘화를 그렸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습니다. 왜냐하면 단원이 활동하던 시기는 유교적 도덕이 지배하던 조선시대이니만큼 대화가였던 그가 춘화를 그렸다는 사실은 당시 화가들이 필요한 사람에게 춘화를 광범위하게 그려주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그림만 놓고 본다면 춘화를 그리는 데 있어서도 단원은 역시 단원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그린 것으로 전하는 이 춘화는 다른 춘화에 비해 매우 격조가 높습니다. 물론 단원도 이 춘화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성적 묘사를 한 그림을 여럿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가 그린 것으로 전하는 이 춘화를 한 번 보십시오. 남녀 한 쌍이 끌어안고 있는 주위 풍경이 춘화치고는 대단히 운치가 있지 않습니까?

- 혜원 신윤복이 그린 것으로 전하는 춘화, 28.2 x 35.2cm, 간송미술관 소장


단원이 그린 것으로 전하는 춘화에서의 남녀 한 쌍의 모습과 거의 같은 모습을 혜원 신윤복이 그린 것으로 전하는 춘화에도 볼 수 있습니다. 단지 단원 춘화의 배경은 야외인 반면에 혜원 춘화의 배경은 실내인 점이 서로 다르군요. 이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당시 이런 자세로 한 춘화의 모본(模本)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러면 조선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단원과 혜원이 그린 것으로 전하는 춘화를 서로 한 번 비교해 보시죠.

이 두 춘화에서도 단원과 혜원의 서로 다른 개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단원은 단원대로 혜원은 혜원대로의 멋이 있지만 이 춘화만 놓고 본다면 그림의 격조 면에서 아무래도 단원이 한 수 위로 보입니다.

- 이왈종의 춘화


그러면 현대화가의 춘화는 어떨까요?

위 그림은 요즈음 인기 있는 화가 가운데 한 사람인 이왈종의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춘화치고는 상당히 얌전한 편이고, 이왈종 나름의 개성을 엿볼 수 있지만, 왠지 왜색풍의 느낌을 받습니다. 혹시 일본 춘화를 보고 그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올리고 난 후에 안 사실이지만) 위의 이왈종 그림이 조선일보에 연재된 이영희의 '노래하는 역사'에 쓰인 삽화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왈종의 다른 그림 하나를 아래에 추가했습니다. 한 번 보시죠. 앞의 그림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군요.
이왈종, 색즉시공 공즉시색, 2008, 장지 위에 혼합재료, 13 x 133cm (사진출처: 유목민(seulsong))

사실 이런 춘화를 놓고 격조를 논한다는 게 좀 우스운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춘화임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나름대로 품격이 살아있는 것도 없진 않습니다. 단원과 혜원이 그린 것으로 전하는 바로 이 춘화는 저속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은근함과 품격을 잃지 않는 절제의 미덕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덧글

  • june 2009/10/11 10:22 # 답글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이영희씨가 조선일보에 노래하는 역사를 연재하실 때 이왈종님이 삽화를 그리셨어요. 이왈종님이 삽화를 그린다고 연재를 시작하기 전부터 광고가 요란했었네요. 덕분에 노래하는 역사를 우연찮게 읽었습니다.
    노래하는 역사는 일본 시가인 만엽집의 (이영희님의 표현에 의하면) 일본어로는'해석불가'인 시가들을 한글로도 읽고 이두로도 읽고 향찰로도 읽고.... 좌우지간 꿰맞춰서 한마디로 일본은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의 나라다. 가 요점이었지 싶은데, 위 그림은 아무래도 그 시절 즈음의 냄새가 납니다. ^^;
  • 하늘사랑 2009/10/11 10:55 #

    이왈종의 그림에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러면 이 그림은 춘화라기보다는 삽화에 가깝겠군요.
    그래서 이왈종의 다른 그림 하나를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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