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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0 12:58

소나무 우거진 계곡에서 나누는 한가한 이야기들 미술산책

- 이인문, 송계한담도, 24.3 x 33.6cm, 견본담채

류를 즐겼던 옛 사람들은 여름날 소나무가 우거진 계곡에서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는 것을 동경하였습니다. 그러니 만큼 이같은 모습은 조선시대 화가들에게 있어 그림의 좋은 소재가 되었습니다. 옛 사람들의 여유로움을 엿볼 수 있는 이런 그림을 <송계한담도(松溪閑談圖)>라 합니다.

그림은 이런 <송계한담도> 가운데 이인문(李寅文, 1745~1821)이 그린 것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이인문은 당시 김홍도와 쌍벽을 이루었던 화가입니다. 그는 원래 화원이었으나 김홍도와 교류했을 만큼 식견이 높아 첨사라는 벼슬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송계한담도>는 소나무가 복잡하게 뒤엉킨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옆에 두고 대화를 즐기는 세 사람을 그렸습니다.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사람도 있는 걸 보면 그들은 심각한 이야기보다는 세상사와는 관계없는 이른바 정담을 나누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강물이 계곡으로 빠지는 쪽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숨겨 놓은 것처럼 희미하게 집과 탑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인문이 굳이 이런 풍경을 그린 것은 한가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기 위해서겠죠.


이 그림에서 화가의 관심은 사람보다는 아무래도 소나무에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용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소나무는 불로장생의 상징처럼 의연하게 서 있습니다. 또한 이 그림에서 풍경의 큰 배경들을 모두 생략하고 자욱한 안개나 구름을 헤치고 선경이 드러나는 것처럼 그린 것도 신비로움과 함께 한가로운 분위기를 두드러지게 합니다.
- 김수철, 송계한담도, 33.1 x 44cm, 지본담채

그림은 또 다른 <송계한담도>로 김수철(金秀哲)이 그린 것입니다. 이인문이 그린 것과 전체적인 구도가 비슷하고, 여백의 미 또한 잘 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 두 작품이 똑같은 주제와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나 그 화법에서는 상당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인문의 그림에선 풍경이 그려지면서 여백이 만들어지지만, 김수철의 그림에선 오히려 이런 여백 속에서 풍경이 어슴푸레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인문은 이야기를 실감 나게 전개하려고 소나무는 물론 등장인물의 표정까지 묘사하였지만, 김수철은 반대로 그 부분을 대충 얼버무리듯이 그렸습니다. 김수철의 그림은 이인문의 그림보다 훨씬 더 대담한 생략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김수철의 그림에선 옅은 청색과 분홍색이 곁들인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
의 예민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야기의 실감보다는 정감에 더 역점을 두는 그의 화풍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런 점들이 그의 그림이 당시 다른 화가들 그림보다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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