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벙글 웃기만 하는 우리나라 돌사자 문화·유적

- 분황사 석탑 돌사자


자는 그 기세가 사납고 용맹 또한 대단하여 과히 백수의 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것을 지키는 데 있어 사자만큼 믿음직스러운 것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변함없이 오랫동안 지켜야 할 소중한 그 무엇이 있다면 비록 우리나라에는 살지는 않지만 당연히 그곳에 사자상을 세우고 싶지 않았을까요?

분황사는 황룡사터와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절로, 선덕여왕 3년(634년)에 건립된 절입니다. 이곳은 원효와 자장이 거쳐 간 절이며, 원효의 아들 설총이 원효의 유해로 소상을 만들어 이 절에 모셔두고 죽을 때까지 공경하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역사 깊은 분황사에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분황사 석탑이 있습니다. 현재는 3층밖에 남아 있지 않으나, 원래는 7층 혹은 9층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탑 기단 위에는 화강암으로 조각한 동물을 한 마리씩 네 모퉁이에 설치하였는데, 동해를 바라보는 곳에는 물개, 내륙을 향한 곳에는 사자가 있습니다. 튼튼해 보이는 두 앞발을 뻗은 채 앉은 이 돌사자는 그 당당한 자세에서 힘이 넘쳐남을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입을 벌린 채 앞을 노려보고 있지만, 이 돌사자는 위압감보다는 오히려 친근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 괘릉 돌사자


돌사자는 석탑 외에도 몇몇 신라 왕릉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괘릉입니다. 괘릉에는 네 마리의 돌사자가 각기 동서남북을 향해 지키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방향을 빈틈없이 잘 지키라는 의미이겠죠.

괘릉은 현재 원성왕의 능으로 알려져 있고, 괘릉이 들어서기 전에 이곳에는 숭복사란 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원성왕은 이곳에 자신의 무덤을 쓰려고 절을 옮기게까지 한 셈입니다. 이런 일보다 더 황당한 일은 후에 대원군의 아버지 묘인 남연군 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흥덕왕릉 돌사자


흥덕왕릉에도 괘릉 못지않는 돌사자를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왕릉 주위에 돌사자를 세운 것은 왕릉을 지키기 위해서겠지만 이들 돌사자가 짓고 있는 표정이 그야말로 천하일품입니다.

더러는 근엄한 표정을 짓는 것들도 있으나 대체로 빙긋이 웃는 모습들입니다. 심지어 실없이 히죽 히죽거리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빨을 드러낸 돌사자조차도 상대방에게 겁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웃음만 주니 당시 사람들의 온화한 심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화엄사 원통전 앞 사자탑


화엄사 원통전 앞에는 그 용도를 가름하기 어려운 노주(露柱)가 하나 있습니다. 이 노주의 상층기단부에 해당하는 곳에서 네 마리의 돌사자를 볼 수 있습니다.

다소곳한 자세로 앉은 이 돌사자는 두 마리는 입을 벌리고 있고, 다른 두 마리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불교와 관련된 탑과 같은 곳에 있는 돌사자는 보통 이렇게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돌사자의 입 모양이 제각각입니다. 입을 크게 벌린 것으로부터 입을 꾹 다문 것 순서로 말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돌사자를 볼 때 그 입 모양을 한번 잘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 영암사터 쌍사자 석등


영암사터의 쌍사자 석등에서는 다른 데서 보기 어려운 돌사자를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네 발로 걸어다니는 사자를 마치 사람처럼 일으켜 세운 것입니다.

이 돌사자들은 알맞게 벌린 두 발로 다부지게 버티고 서 있는데, 그 균형과 비례 역시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등 뒤로 늘어선 갈기, 잘록한 허리,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 복스럽게 등 뒤로 올라붙은 탐스런 꼬리..., 이 모습은 사자라기보다는 마치 귀여운 강아지처럼 귀엽기만 합니다.

- 불국사 다보탑 돌사자


불국사는 너무나 유명한 곳이다 보니 누구든 한 번쯤은 다녀간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곳에 있는 여러 문화재 가운데서도 다보탑과 석가탑은 특히 사랑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국사 하면 누구나 석가탑과 다보탑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 가운데 다보탑은
통일신라 최전성기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탑으로, 다른 탑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참신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탑은 단단한 화강암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세밀하게 만들어져 있어 돌이 아니라 나무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이 탑의 기단부에는 연꽃 받침대에 앉아 있는 자그마한 돌사자 한 마리가 놓여 있습니다. 원래는 네 마리였는데, 지금은 한 마리만 남았습니다. 이 돌사자는 입을 벌린 모습이지만, 원래 있었을 다른 돌사자들은 이 돌사자와는 조금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입니다.

- 장항사터 불대좌


석굴암에서 대왕암이 있는 동해 쪽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산길에 있는 장항사터에는 오층석탑과 함께 불대좌가 남아 있습니다. 이 불대좌에 있던 석조여래상은 지금 이곳에는 없고 경주박물관 뜰에 깨어진 채 일부만 남은 채 있습니다.

도굴범에 의해 불대좌 역시 석조여래상처럼 깨어졌지만 이곳 일부에서도 돌사자의 조각을 볼 수 있습니다. 입을 벌린 채 두 손을 휘두르는 듯한 이 돌사자는 지금껏 보아온 돌사자 가운데 어느 것보다도 사랑스러우며, 그 표정이 마치 장난꾸러기처럼 천진난만하기 그지없습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