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이야 집집이 냉장고가 있어 얼음이 필요할 때마다 사시사철 언제든 쓸 수 있지만, 이전에는 겨울철 외엔 얼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여름철에 얼음을 쓰려면 겨울철에 얼음을 저장했다가 꺼내 쓰는 수밖에 없는데, 이런 목적으로 만든 게 석빙고라는 얼음 창고입니다.
이런 석빙고가 조선시대에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졌는데, 경주 반월성에 있는 석빙고도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이 석빙고는 영조 14년(1738년)에 부윤 조명겸이 해마다 얼음 보관창고를 지어야 하는 백성들의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석재로 영구적인 창고로 만들었던 것으로, 비슷한 시기에 만든 석빙고 가운데서는 가장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세월이 270년이나 흘렀지만 지금도 석빙고 입구에는 '석빙고'라고 쓴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경주 석빙고의 출입구는 높이 1.78m, 너비 2.01m이며, 계단을 설치하여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습니다.
이 석빙고 옆에는 석비가 있어 축조연대를 알 수 있는데, '숭정기원후재무오(崇禎紀元後再戊午)'라는 글자로 보아 1738년(영조 14년)에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입구의 문지방돌에 '숭정기원후재신유추팔월이기개축(崇禎紀元後再辛酉秋八月移基改築)'이라 새겨진 글자로 보아, 축조한 지 3년 만에 현위치로 옮겨 개축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서쪽으로 약 100m 되는 곳에 옛터로 전하는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바닥을 경사지게 하여 물이 밖으로 빠지도록 하였고, 중앙에 배수로를 설치하였습니다.
내부는 동서로 아치 모양의 홍예 다섯 개를 들어 올리고, 그 사이마다 장대석을 걸쳐 천장을 삼았습니다. 북벽은 수직으로 쌓았으며 홍예와 홍예 사이의 천장 세 곳에는 환기 구멍을 만들었습니다.

환기 구멍은 밖에서 보면 더 뚜렷하게 보입니다. 이 환기 구멍은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이것은 입구가 남쪽에 있으므로 안으로 내려가는 층계가 몇 단 있어서 그만큼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얼음 창고의 주실(主室)이 좀 더 깊이 들어간 내부의 북쪽에 있는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구조는 반월성 북쪽의 성둑에 잇대어 석빙고를 쌓고 남쪽에 입구를 내었습니다. 석빙고 윗부분에는 보이는 환기 구멍의 지붕은 근래 수리할 때 다른 석탑의 지붕돌을 사용한 것으로 원래의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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