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 속의 범어사 부도밭 문화·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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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부도밭

산 범어사라면 양산 통도사와 함께 이 일대에선 큰 절인지라 부산에 사는 사람치고 한 번쯤 가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만큼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그래서 범어사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언제나 붐빕니다. 하지만, 이런 범어사에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찾아가고 싶은 한적한 곳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은 다름 아닌 범어사 부도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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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밭으로 가는 길의 너덜지대

범어사 부도밭천왕문 앞에서 대웅전 쪽을 바라보고 왼쪽 계곡으로 펼쳐진 너덜지대를 지나서 있는 숲 속에 있습니다. 발자국으로 어느 정도 반들반들해진 너덜지대에 있는 바위 위의 희미한 자국이 아니었으면 부도밭을 찾아가기란 수풀 속의 바늘찾기만큼이나 힘들 뻔했습니다.

이곳은 일부러 마음을 내지 않으면 발길이 닿지 않는 후미진 곳일 뿐만 아니라, 설혹 찾아가고 싶어도 그냥 말로 설명해선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 그런 탓에
범어사를 자주 찾는 사람조차도 범어사 부도밭에 대해선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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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부도밭

범어사 부도밭을 찾아나선 날은 간밤에 눈발이 날렸는지 부산에서는 보기 드물게 잔설이 곳곳에 쌓여 있었습니다.

운 좋게도 물어서 겨우 찾아간 부도밭에는 드문드문 하얗게 눈을 머리에 인 부도들이 줄지어 서 있을 뿐 그야말로 한적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곳은 언제 이곳에 사람이 들렀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고요한 적막감만 가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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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부도밭

이곳 부도밭에 있는 약 30기 정도 되는 부도 대부분이 석종형인데, 하나하나 개성이 있으면서도 어느 하나 튀거나 빠지는 것이 없이 소박하고 평범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뭐라고 표현할까요? 비록 엄정한 격식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흐트러졌거나 초라하기보다는 겸손하면서도 단정한 기품이 깃든 공간이란 느낌이 저절로 들게 한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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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부도밭

이 부도밭을 찾으면서 왜 여느 사찰처럼 부도밭이 사찰 들머리에 있지 않고 사찰과는 다소 떨어진 후미진 곳에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왜 굳이
이처럼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 있는 걸까요? 이승에 사는 동안에도 산 속에 묻혀 산새의 울음과 바람 소리와 구름과 더불어 살더니 죽은 후에도 더 깊은 산 속에 묻혀 이승과는 철저히 인연을 끊으려 한 것일까요?

잔설 속의 부도밭은 찬 겨울바람만이 간간이 스쳐 지나갈 뿐 언제나처럼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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