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함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우리나라 성리학사에서 동방오현(東方五賢) 가운데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정여창(鄭汝昌, 1450~1504)일 것입니다. 지금도 지곡면 개평마을에 가면 정여창고택이 남아 있고, 정여창의 묘소 또한 개평마을과 그다지 멀지 않은 승안산 자락에 있는 승안사터 가까이에 있습니다.
승안사(昇安寺)란 절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승안사는 사암산에 있다."라는 정도만 전할 뿐 별다른 사적이 없어 일찍이 폐사되었으리라 짐작될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근 마을 사람들조차 옛적에 이곳에 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승안산 하동 정씨 묘지공원'이나 '문헌공 일두 정여창의 묘소'라고 해야만 알아듣습니다.
지금 승안사터는 하동 정씨의 묘지공원으로 변했습니다. 이곳에 들어서면 하동 정씨 문중 묘소를 관리하는 고가가 가장 먼저 눈에 띄며, 이 일대에 그들의 묘가 흩어져 있습니다. 이곳이 절터였음을 알려주는 것이라고는 고려시대에 만든 석조 여래좌상과 삼층석탑뿐입니다.

승안사터 삼층석탑은 기단과 탑신 곳곳이 아름답게 조각된 높이 4.3m의 고려시대 초기 석탑입니다. 대체로 2층 기단 위에 3층 탑신을 올린 통일신라시대 석탑 양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탑은 기단부와 탑신부의 균형이 통일신라시대의 탑에 비해 균형을 잃었고, 각 부분의 결구도 간략화된 반면에 장식적인 비중은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하층기단은 상층기단의 갑석과 높이가 비슷하여 약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각 면에는 우주와 탱주가 조각되었고, 그 사이에 안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한편, 상층기단의 각 면은 우주와 탱주를 모각하여 면을 둘로 나누었으며, 그 안에 각 1구씩 불상이나 보살상, 비천상을 양각으로 새겼습니다. 이 조각들은 차와 꽃을 공양하거나 비파, 생황, 장구, 피리를 연주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상층기단의 갑석에는 큼직한 복련의 연꽃잎이 두툼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1층 몸돌에는 양 우주 사이에 사천왕상이 하나씩 새겨져 있습니다.
사천왕상은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천왕문 같은 곳에서 보통 볼 수 있는데, 동서남북 그 방향에 따라 동쪽을 지키는 지국천왕(持國天王), 남쪽을 지키는 증장천왕(增長天王 ), 서쪽을 지키는 광목천왕(廣目天王), 북쪽을 지키는 다문천왕(多聞天王)으로 나눕니다.

승안사터 삼층석탑의 1층 몸돌에 새겨진 사천왕상들은 불법이나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을 수호하는 수호신으로서의 위엄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하나같이 무던해 보이는 동글동글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천왕상은 원원사터 삼층석탑과 같은 통일신라시대 석탑에서 새겨진 것들과 비교해 보면 전체적으로 세련미 등 예술성에 있어서는 많이 뒤떨어져 있으나 한편으로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덧글
탑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깔끔한 포스팅이 좋은데요? ^^
늘 맘에 두고 있었는데,
꼭 가봐야겠다고 다시 다짐해봅니다...^^
좋은 시간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