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춘사(長春寺)는 신라 헌덕왕 7년(815년)에 무염국사가 신라를 침략하던 왜적을 불력으로 물리치자 왕이 이에 대한 보답으로 세운 절이라고 전합니다. 이와 같은 종류의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도 심심찮게 듣다 보니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한 귀로 흘려버릴 수도 있으나, 그래도 그냥 흘려버리기가 뭐한 것은 약사전에 모셔진 돌로 만든 약사여래좌상 때문입니다.
이 약사여래좌상은 왼손에 약 그릇을 들고, 오른손은 손가락 끝이 땅을 향하게 하고 있는, 이른바 촉지인(觸地印)을 한 전형적인 약사불입니다. 원래는 돌로 만든 것인데, 지금은 개금을 하여 이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모습을 볼 때 통일신라 후기 내지는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약사여래불은 동방의 맑고 깨끗한 유리세계(瑜璃世界)에 머물면서 세상의 모든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을 소멸하며 무지를 고쳐주는 부처로 알려져 있으며, 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고도 합니다.

이 석불은 다른 석불과는 달리 불신(佛身)과 광배(光背)가 하나의 돌로 되어 있습니다.
물방울 모양의 광배는 둥근 원형의 두광과 타원형의 신광으로 되어 있고, 이 둘은 서로 합쳐져 있습니다. 두광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으며, 가장자리는 불꽃무늬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장춘사 석조약사여래좌상은 높이가 94㎝, 흉위가 40㎝로 비교적 작은 불상입니다. 왼쪽 어깨 부분에 금이 나 있어 1978년에 개금을 한 탓에 불상과 광배의 조각수법을 자세히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머리에는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붙여 놓았으며, 그 위로 상투 모양의 머리묶음이 뚜렷합니다. 엷은 미소를 띠고 있는 타원형의 얼굴은 이목구비가 선명합니다. 옷은 왼쪽 어깨와 팔을 감싸 흐르고 있는데, 옷 주름이 형식적으로 처리되어 양감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습니다. 또한 손, 무릎 등의 표현도 투박하여 양감이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석조약사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는 약사전(藥師殿)은 산신각과 함께 대웅전 뒤쪽 언덕바지에 있습니다. 첫눈에 보아도 알 수 있둣이 근래에 지은 자그마한 이 건물은 앞면과 옆면 각 1칸씩으로 맞배지붕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약사전 안은 너무 좁아 제대로 절을 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건물 안으로 여러 사람이 들어설 만한 자리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오로지 홀로 약사여래불과 바로 대면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건물이 작은 것이 꼭 흠이 되는 것만은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