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우리의 옛 정원, 무기연당 문화·유적

- 함안 무기연당


리 옛 정원의 아름다움을 보길 원한다면 함안 칠원면 무기리에 있는 무기연당(舞沂蓮塘)에 한번 가보길 권합니다.

무기연당은 조선
영조 4년(1728년) 이인좌의 난 때 의병을 일으켜 공을 세운 국담(菊潭) 주재성(周宰成, 1681~1743)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옛 정원 문화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주재성은 주자학의 의리 탐구와 실천에 독실했던 재야 학자였습니다. 사후에 벼슬이 올려졌고,
고종 때 서원철폐령으로 지금은 없어졌지만 기양서원(沂洋書院)에서 제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 주씨 고가 솟을삼문


무기연당이 있는 주씨 고가는 대문채와 함께 사랑채인 감은재(感恩齋), 살림집인 안채, 사당인 불조묘(不祧廟)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당인 불조묘의 '불조(不祧)'는 '영원히 위패를 옮기지 말라'라는 뜻으로, 이 사당은 이인좌의 난을 평정한 주재성의 공을 인정하여 왕명으로 세운 것입니다.

이 집은 주택임에도 향교나 서원의 내삼문에서나 볼 수 있는 웅장한 대문채가 있습니다. 대문에는 충신 표시문(忠臣旌閭)과 효자 표시문(孝子旌閭)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대문을 충효쌍정려문(忠孝雙旌閭)이라고 부릅니다.
- 쌍 정려


붉은색 바탕에 흰 글자로 쓴 정려는 충신 정려와 효자 정려입니다. 정려(旌閭)란 나라에서 준 일종의 표창문과 같은 것입니다.

충신 정려는 국담 주재성이 영조 4년(1728년)에 이인좌가 난을 일으키자 함안 일대에서 의병을 일으켜 난을 평정하는데 큰 공을 세워 그가 죽은 후 영조가 내린 것이며, 효자 정려는 주재성의 장남인 감은재
(感恩齋) 주도복(周道復, 1709∼1784)이 어머니의 병이 위독하자 손가락을 잘라 피를 마시게 하여 목숨을 연장케 한 효행을 기려 내린 것입니다.

정려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충신 증통정대부승정원좌승지겸경연참찬관주재성지문 정조칠년계유사월 일 명정 (忠臣 贈通政大夫承政院左承旨兼經筵參贊官周宰成之門 正廟七年癸卯四月 日 命旌)
효자 증조봉대부사헌부지평주도복지문 철조십일년경신칠월 일 명정 (孝子 贈朝奉大夫司憲府持平周道復之門 哲廟十一年庚申七月 日 命旌)

- 감은재


솟을삼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감은재(感恩齋)란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의 맞은편으로는 무기연당이 있고, 감은재와 무기연당을 지나 바로 가면 살림집인 안채가 나타납니다. 감은재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집으로, 중앙에 대청을 둔 소박한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주도복의 서실이었다고 합니다.

이 건물의 이름이자 자신의 호인 감은재(感恩齋)란 이름에서도 부모의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는 주도복의 효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 무기연당


주씨 고가를 찾은 진짜 이유는 앞서 말한 것들보다는 이곳에 무기연당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기연당은 연당(蓮塘)을 중심으로 정자와 누각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재성의 호와 같은 국담
(菊潭)이라 불리는 네모난 연못이 있고, 이 연못은 돌로 둑을 쌓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연못 가운데는 '돌로 만든 거짓 산'이라 할 수 있는 둥근 모양을 한 작은 섬이 있습니다. 이는 '땅은 네모지고 하늘은 둥글다'라는 당시의 사상이 반영된 것입니다.

연못 북쪽에는 정면 2칸, 측면 2칸의 하환정(何換亭)이 있고, 그 동편에는 높은 기단에 자리 잡고 있는 정면 3칸 규모의 풍욕루(風浴樓)가 있습니다. 그리고 연못 남쪽에는 충효사(忠孝祠)와 영정각(影幀閣)이 있는데, 충효사는 1971년에 세워진 것입니다.
- 풍욕루


풍욕루는 무기연당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건물입니다. 이 건물 옆 연못가에는 잘 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 풍욕루의 운치를 더합니다.

풍욕루란 이름이 붙어서 그런지 실제로 무기연당에서 가장 시원한 곳은 이곳 마루턱입니다. 풍욕루 마루에 걸터앉아 있으면 등 뒤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 한여름의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합니다.

풍욕루를 보면서 놀란 것은 깨끗한 물걸레로 방금 닦아낸 듯 마루에는 먼지 하나 보이질 않았습니다. 이곳이 이처럼 깨끗하고 관리되고 있다는 것은 이곳에 대한 후손들의 정성과 자부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풍욕루 현판


'바람에 씻다'라는 뜻을 지닌 풍욕루(風浴樓)는 그 이름만 들어도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풍욕루라는 현판 너머로는 '경(敬)'이라고 쓴 현판이 하나 더 보입니다.
'경(敬)'라는 글씨를 또 다른 어디선가 인상 깊게 본 듯 한데...,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소수서원 옆 바위에 붉은색으로 쓴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경(敬)'이란 글자를 이렇게 써 붙여 놓은 걸까요?

이는 '敬以直入 義以方外'를 '敬'이란 한 글자로 드러낸 것입니다. 즉, '경으로써 마음을 곧게 하고, 의로써 밖으로 드러내는 행동을 반듯하게 한다.'라는 뜻이니, 이 글자를 보면서 행동을 바로 잡으라는 의미이겠죠.

이처럼 무기연당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이곳에 새겨진 글자 하나에도 그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만한, 숨겨져 있는 우리의 옛 정원입니다.

덧글

  • 팬저 2010/08/21 13:31 # 답글

    무기연당의 경우 한국의 정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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