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미조리 상록수림 문화·유적

- 미조리 상록수림


해섬 가장 남쪽 끝에 미조항이 있습니다. '미조(助)'라는 지명은 '미륵(彌勒)이 도왔다'는 뜻을 지녔으니, 땅 이름치곤 꽤 특이합니다. 이 미조마을 앞으로 나 있는 길옆 언덕에 울창한 숲이 있습니다. 미조리 상록수림이라는 숲입니다.

이 숲은 처음에는 풍수설에 의해 지형적 결함을 보충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호받기 시작하였고, 그러다 거센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뿐만 아니라 물고기떼를 끌어들이는 어부림 역할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숲이 우거지면 마을에 훌륭한 인재가 나온다는 전설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숲과 미조항 앞바다 사이에는 2차선 포장도로가 널찍하게 놓여 있습니다.

이 도로 때문에 이 숲이 미조항 앞바다에 그늘을 드리워 물고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어부림이 되기는 어렵게 되었고, 저만치 남항 쪽에 등대를 앞세운 방파제가 길게 드러누워 있어 방풍림의 역할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숲의 역할이 이제는 모두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 미조리 상록수림은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지키고 먹을거리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그만두고 은퇴한 사람처럼 쉬고 있습니다. 이제는 너희 사람들이 나를 지키고 보호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넋두리를 늘어놓으면서 말입니다.
- 미조리 상록수림


이 숲은 상록수림이라고 하나 얼핏 보면 느티나무와 팽나무, 말채나무, 이팝나무, 졸참나무 등의 활엽수로 이루어져 있어서 활엽수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활엽수 밑에 후박나무, 육박나무, 감탕나무, 사스레피나무 등의 상록수가 모람과 송악 등의 덩굴식물과 함께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금도 여전히 숲은 울창하지만 아쉽게도 도로가 숲에 너무 바싹 붙어 나 있는 바람에 숲이 주는 느낌은 많이 엷어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로에는 쉴 새 없이 차들이 달리고 있어 숲 앞 도로변에 서 있는 안내판이 없었더라면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저 역시 이번 나들이에서 미조리 상록수림을 지나가며 흘낏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마음 같아선 이 숲을 두루 둘러보고 싶었지만 일행도 있고 일정도 있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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