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화엄사에 있는 닮은 듯 닮지 않은 오층석탑 문화·유적

- 화엄사 서오층석탑


엄사 앞마당에는 서로 비슷한 모습의 오층석탑이 동서로 짝을 이루고 서 있습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쌍탑일금당(雙塔一金堂)의 절 배치를 따른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이 두 탑은 석축 위의 대웅전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지 않고, 오히려 각각 한쪽으로 치우쳐 서 있습니다. 동쪽의 오층석탑은 대웅전과 짝을 이루고, 서쪽의 오층석탑은 각황전과 짝을 이루고 있는 식으로 말입니다.

- 화엄사 동오층석탑


이 석탑들이 만들어졌을 때로 추측되는 9세기 통일신라시대엔 주로 삼층석탑을 만들었고, 이처럼 오층석탑을 만든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화엄사에서처럼 오층석탑을 쌍탑 형식으로 세운 경우는 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석탑을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쌍둥이처럼 서로 닮아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꽤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 화엄사 동오층석탑


우선 동오층석탑은 서오층석탑에 비해 소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입니다.

높이가 6.4m로 서오층석탑과 같습니다.
서오층석탑은 화려한 조각이 돋보이지만, 동오층석탑에는 별다른 장식을 가하지 않아 그저 수더분하면서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 화엄사 동오층석탑

동오층석탑처럼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는 탑은 처음에는 그저 심심해 보여 눈이 잘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꾸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자꾸 끌려들어감을 느끼게 됩니다. 참 이상스러운 일이죠.

이럴 때마다 단순함은 화려함을 뛰어넘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 화엄사 서오층석탑


그러면 서오층석탑은 어떤가요?

서오층석탑은 동오층석탑과는 달리 하층기단과 상층기단, 그리고 1층 몸돌에 다양한 모습의 조각들로 한껏 장식하여, 한눈에 보아도 매우 화려한 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하층기단부에는 십이지상을, 상층기단부에는 팔부중상을, 1층 몸돌에는 사천왕상을 차례로 새겼습니다.

- 서오층석탑의 사천왕상


1층 몸돌에 새겨진 사천왕상입니다.

아주 뛰어난 솜씨는 아니나, 그렇다고 하여 다른 것에 비해 빠진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사천왕상은 하나같이 양감이 두드러져 아직도 그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 화엄사 오층석탑


각황전 앞마당에 서서 화엄사의 동오층석탑과 서오층석탑을 함께 바라봅니다.

이처럼 같은 모양의 탑에
서로 차이를 두었을까요?

이처럼 서로 차이를 두었을 때는 분명히 나름대로 깊은 뜻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알아챌 수 없으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나마 짧은 지식으로 기껏 생각해낸 게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처럼 단순함과 화려함의 조화라는 미적 감동을 위해 이처럼 서로 차이를 두지 않았나 하는 게 고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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