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조의 '산' 미술

이상조(1952~)
, 산, 2001, 캔버스에 혼합, 24.2 x 33.4cm


마 전 미술품 경매회사인 에이 옥션에서 그림 하나를 샀습니다. 이상조가 그린 '산'이란 그림입니다.

에이 옥션에서 보내주는 경매 안내 책자를 통해 그의 그림을 보기 전에는 이상조란 화가가 누구인지도 몰랐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의 그림을 본 적이 없었고요. 경매 안내 책자를 통해 처음으로 그의 그림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묘한 것이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렸습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그렇게 여러 번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그 그림을 사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만남에도 인연이 있듯이, 그림을 만나는 데도 인연이 있는 모양입니다.

배달되어온 그림을 벽에 걸어두고 다시 한 번 봅니다. 왜 그때 그림을 보는 순간 마음이 끌렸는지 아직도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마음이 끌렸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세부


산을 그린 이 그림은 거친 표면과 어두운 색채로 가득합니다.
요즈음과 같이 화려함을 좋아하는 때엔 이러한 그림은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림을 그린 캔버스는 천이라기보다는 마치 단단한 돌처럼 보이며, 검은색 돌을 이리저리 깎아내고 다듬은 듯이 탁한 색감과 거친 표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그림을 쳐다보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산의 다양한 모습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그림들에 비해
마치 한 장의 흑백사진과도 같은 이 그림에서는 아무래도 푸석푸석하고 텁텁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느낌 속에 담긴 단순함순수함만은 어느 그림 못지않습니다. 이것이 이 그림의 매력이라면 매력일 것입니다.
- 화가 싸인


현재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상조는
1980년대 초 실험적인 작품으로 국내 화단은 물론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 주목받던 화가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일련의 작업들에서 진실성에 대한 회의를 느꼈고, 그래서 산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산이라는 대상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소재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1987년 산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가진 이래 지금까지 줄곧 산만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것에는 그가 산
악인이란 점도 크게 작용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업 방식은 산에 오르는 것에 비유됩니다. 산을 오를 때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듯 그림을 그릴 때도 마음에 들 때까지 칠하고 긁어내고 또다시 칠하는 것을 우직하게 반복합니다.

이러한 그의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선 아름답지도 않고, 그저 무미건조한 그림쯤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 속에는 진지함과 함께 신비롭고 아득한 원초적인 어떤 힘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것을 느끼거나 느끼지 못하는 것은 제각각 다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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