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어사에서 가장 멋진 산책로는 어디일까요?
그곳은 범어사 등나무군락지를 지나는 산책로입니다. 등나무군락지는 절 옆으로 있는 얕은 계곡에 있는데, 이곳에는 등나무들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습니다. 특히 5월 초순경 이곳에 있는 약 6,500여 그루의 등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우면 마치 여름날 뭉게구름이 피어오른 듯 장관을 이룹니다. 그래서 이 계곡을 '등운곡'(藤雲谷)이라고 합니다.
등나무는 혼자 곧바로 자라지 못하고 다른 나무를 감아 올라가면서 자랍니다. 굽히지 않는 지조를 꿋꿋하게 지켜온 옛 선비들은 등나무의 이런 특성을 싫어하여 집안에는 잘 심지 않았다고 합니다.

언제부터 범어사 옆 계곡에 등나무가 자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등나무 껍질이 닥나무 대신에 한지의 원료로 쓰이므로, 예로부터 범어사 스님들이 보호하여 등나무가 무성한 것으로 짐작될 뿐입니다.
지금 자라고 있는 등나무 가운데 오래된 것은 100여 년 남짓 된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오래된 나무가 없는 것은 베어 쓰기를 반복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굵은 등나무의 둘레는 약 1.4m, 길이 15m에 이르고, 등나무가 자라는 면적은 약 5.6ha에 이릅니다.

등나무군락지를 지나면 산책로는 울창한 숲 속 길로 이어집니다. 솔잎이 켜켜이 쌓여 푹신한 숲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습니다.

숲길을 걷다가 잠시 걸음을 멈춥니다. 그리고 꿈틀거리는 뱀처럼 생긴 뿌리를 땅 위로 드러낸 고목의 나무 둥지에 눈길이 머뭅니다. 초록색 이끼로 마치 벨벳을 두른 듯합니다.

산책로 숲을 뚫고 환한 햇살이 비칩니다. 햇살에 비친 나뭇잎의 초록은 더없이 싱그럽습니다. 여름의 녹음은 이제 절정을 향해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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