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에 구량리 은행나무를 찾다.

- 울주 구량리 은행나무

동안 무더웠던 여름이 긴 여정을 마치고 가을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언제까지나 기승을 부릴 것만 같던 더위도 어느새 자취를 감췄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이 이제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모두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겠지만, 지내기 좋은 계절은 아무래도 봄과 가을이겠지요. 그러나 봄과 가을은 더디게 왔다가 금방 지나가 버리는 것 같습니다. 어디 계절만 그런가요? 우리의 삶도 그렇지요.

- 주위 들판의 모습

가을은 들판에서 무르익어갑니다. 주위 산은 아직 단풍이 물들지 않았지만, 들판은 이미 황금색 바다로 변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황금색 파도가 일렁입니다.
- 울주 구량리 은행나무

이 가을날 한 그루 나무를 찾아 나섰습니다. 울주 두서면 구량리 들판에 서 있는 은행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나이가 자그마치 560살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조선 초 죽은(竹隱) 이지대(李之帶)가 심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의 4대손이라고 하는데, 조선 태조 3년(1394년) 경상도 수군만호(水軍萬戶)로 있으면서 왜구가 탄 배를 붙잡은 공으로 임금으로부터 상을 받았습니다. 그 후 벼슬이 높아져 한성판윤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러나
단종 즉위년인 1452년에 수양대군이 김종서와 황보인 등을 죽이고 안평대군을 강화도로 유배시키는 등 정치가 어지러워지자 벼슬을 버리고 이곳으로 내려와 살게 되었습니다. 이때 서울에서 가져와 심은 나무가 바로 이 은행나무라고 합니다.
- 은행나무 앞의 제단

이 나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나무를 훼손하면 나쁜 일을 당하고, 아들을 낳지 못한 여인네가 정성껏 빌면 아들을 낳는다고 합니다.
신령스러운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아름드리나무 앞에 제단이 있어 이런 이야기가 허튼 것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 울주 구량리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아직 노랗게 물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선선합니다. 부지런한 농부는 이미 가을걷이를 마쳤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가을이 슬그머니 왔다가 소리도 없이 벌써 떠날 채비를 하는군요.
가을은 너무 짧고, 그리고 아쉽습니다. 그래서 가을이 더 그립고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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