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 황복사터

- 황복사터


울에 찾은 황복사터는 쓸쓸하고 황량합니다. 삼층석탑 앞으로 펼쳐진 너른 들은 이미 가을걷이를 끝내 텅 비었습니다.

황복사터는 이곳 삼층석탑이 없었다면 절터였음을 알 수 없을 만큼 변했습니다. 절터에는 집들이 들어서 작은 마을을 이루었거나, 아니면 논밭으로 변했습니다.
- 조각난 귀부


이곳 절터에서 석탑을 제외하곤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곳 귀부 하나는 논두렁에 처박혀 있습니다. 그것도 산산이 깨어져 그 조각만 남았습니다.
9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귀부 등에 '왕(王)'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깨어진 귀부의 등에 새겨진 '왕'자라는 글자, 지금에선 그것 자체가 허망합니다.
- 조각난 또 다른 귀부


이곳에 있는 또 다른 귀부는 어떨까요? 그 처지도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아니, 더 처참합니다. 비신을 얹었던 부위를 제외하곤 모두 없어졌습니다.

- 황복사터 삼층석탑


이 겨울에 왜 굳이 이곳 절터를 찾아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황량한 들판을 바라보며 섰을까요?

쓸쓸함과 무상함은 떨치고 싶어도 떨칠 수 없는, 그림자와 같은 것입니다.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할 그 무엇입니다. 절터는 존재의 쓸쓸함과 무상함을 느끼게 합니다. 겨울날 절터는 그것을 더욱더 절실하게 느끼게 합니다. 삶 그 자체를 느끼게 합니다.

겨울날 황복사터도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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