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노석리 마애불상군 문화·유적

- 칠곡 노석리 마애불상군

북 칠곡군 기산면 노석리는 동쪽으로는 낙동강을 끼고 있고, 서쪽으로는 산으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노석리라는 이름은 노석1리 '노곡'의 첫 글자와 노석2리 '백석'의 끝 글자를 따서 붙인 것입니다.

이곳은 도고산과 안산이 마을을 바가지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석마을을 '바가지마을'이라고도 합니다. 지금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지만, 해방 이전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소금배가 올라왔고, 1970년대 초까지 낙동강을 가로질러 소와 사람을 태워 날랐던 나룻배도 있었다고 합니다. 소금배와 나룻배가 정박했던 나루터가 바로 마을 앞 강변이었다고 합니다.

이곳 도고산 중턱에 마애불상군이 있습니다. 칠곡 노석리 마애불상군입니다.
이 마애불상군은 1977년에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다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 번 찾아봄 직한 마애불입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마애불상군까지 곳곳에 안내판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 노석리 마애불상군

마애불상군은 거대한 바위 면에 선각에 가까운 얕은 돋을새김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언제 채색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붉은색과 푸른색 등의 채색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 마애불상군은 전체적으로 매우 특이한 구도를 하였습니다. 바위 면 한쪽에 본존불과 협시보살상으로 된 삼존불을 두었고, 삼존불과 별도로 여래좌상을 하나 더 두었습니다. 삼존불이 아니라 사존불 형태를 하였습니다.
- 본존불 얼굴 부분


먼저 본존불부터 한 번 살펴볼까요?

얼굴은
양감 있고, 사각형에 가까우며, 마멸이 심해 윤곽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육계는 큼직하고 높습니다. 입술에는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양쪽 귀의 위쪽은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지 않으며, 귓밥 부분은 어깨까지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 본존불


본존불 머리 주위로는 두광이 있고, 광배에는 화려한 불꽃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법의는 변형된 우견편단입니다.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허리로 옷 주름이 흘러내렸고, 가슴 부분에는 법의를 묶은 띠 매듭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어깨 부분에 약간 걸쳐진 옷자락이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의 옷자락은 다른 불상에선 거의 볼 수 없는 형태라고 합니다.

왼쪽 무릎과 왼팔 부분은 파손되어 자세한 모습을 알 수 없습니다. 오른손은 엄지와 중지를 맞대어 가슴 부분으로 들어 올린 아미타 구품인을 하였습니다. 아미타불로 여겨집니다. 무릎 아랫부분이 파손되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오른쪽 무릎 밑에 연꽃무늬가 조금 남아 있습니다. 연화좌 위에 결가부좌한 것으로 보입니다.

- 왼쪽 협시보살상


왼쪽 협시보살상은 관음보살상으로 보입니다. 다른 불상보다 마멸과 파손이 심합니다.

이 보살상은 본존불을 향하여 얼굴을 돌린 채 연화좌 위에 앉아 있습니다. 머리에는 보관을 썼고, 연꽃 봉오리와 보주를 각각 든 왼손과 오른손을 위로 향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합니다.
- 남산 탑골 부처바위의 동쪽 면


그렇네요.
남산 탑골 부처바위의 동쪽 면에 있는 협시보살상과 닮았습니다.
- 오른쪽 협시보살상


오른쪽 협시보살상은 대세지보살상으로 보입니다. 이 보살상도 본존불을 향해 앉았습니다.

왼쪽 보살상과 같은 보관을 쓰고 있고, 얼굴은 네모나고 각져 있습니다. 그리고 어깨는
떡 벌어져 있습니다. 건장해 보입니다. 법의는 통견으로, 배 부분에는 부채꼴의 옷자락이 넓게 펴져 있습니다. 왼손은 연꽃 봉오리를 들었고, 오른손은 가슴 부근에 대어 본존불 쪽을 향했습니다.

이 보살상에서 특이한 것은 앉은 자세입니다. 두 발을 가운데로 향하여 앉은, 이른바 교각좌(交脚坐)를 하였습니다. 이런 자세는 우리나라 불상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독특한 자세입니다.

- 신월동 삼층석탑 기단부의 팔부중상


노석리 마애불상군의 오른쪽 협시보살상 말고 이런 교각좌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영천 신월동 삼층석탑 기단부에 새겨진 팔부중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 여래좌상


삼존불 곁에 별도로 여래좌상 1구가 있습니다. 이 여래좌상은 삼존불과 같은 두광을 갖추었고, 정면을 향해 앉았습니다.

소발의 머리에 육계가 뚜렷하고, 원만한 얼굴은 윤곽은 뚜렷하나 마멸되어 세세한 부분은 알아볼 수 없습니다. 법의는 통견이며, 삼존불의 본존불과 같이 오른쪽 어깨에
약간 걸쳐진 옷자락이 있습니다. 옷 주름은 굵고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데, 옷자락이 무릎을 덮고 아래까지 흘러내렸습니다.

이 여래좌상 역시 특이한 자세를 취하였습니다.
오른발은 대좌 밑으로 내려 연화좌 위에 올려놓았고, 왼발은 대좌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른바 유희좌(遊戱坐)를 취하였습니다. 남산 신선암 마애보살상에서 볼 수 있는 자세입니다.
- 노석리 마애불상군


노석리 마애불상군은 전체적으로 부드럽지 못하고 좀 딱딱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만 사실적인 표현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마애불상군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양식을 수용한 점이 눈에 띕니다. 삼존불 양식에서 조금 벗어난 4구의 불상을 조성한 점이 그렇고, 오른쪽 협시보살상의 교각좌와 여래좌상의 유희좌도 그렇습니다. 조성 시기는 통일신라 초인 7세기 후반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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