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 산내면 미라마을에서 약 1km쯤 골짜기로 향해 들어간 곳에 미륵암(彌勒庵)이 있습니다. '미라'(美羅)라는 마을 이름은 이곳 골짜기에 있었던 것으로 전하는 미륵사(彌勒寺)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이곳 골짜기를 미륵골 또는 미릿골로 부르고 있습니다.
미륵암은 이곳 미륵골에 있습니다. 미륵암이 있는 곳은 미륵사터로 전하고 있습니다. 어느 땐가 예전의 미륵사는 없어졌고, 지금은 1942년에 세워진 미륵암이란 자그마한 절집이 있습니다. 이곳 미륵전에 통일신라 말이나 고려 초의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석불이 있습니다.

미륵암은 작은 절집답게 들어가는 대문도 자그마합니다. 하지만 금강역사상을 그려 넣어 나름 위엄을 부렸습니다.

이곳 미륵전에 모셔진 석불입니다. 머리를 포함한 가슴 위의 부위는 없어진 것을 새로 만들어 넣었습니다.

자세는 결가부좌하였고, 수인은 항마촉지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법의는 통견입니다. 승기지에 매듭 같은 것이 보이는데, 매듭치곤 좀 이상합니다. 석재 내에 박혀 있는 돌을 다듬어 이런 식으로 모양을 부려본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반신은 꽤 두텁습니다. 그래서 안정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석불을 만든 석재의 재질은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자갈돌 같은 게 군데군데 박혀 있습니다.

대좌의 상대석입니다. 2단의 연꽃무늬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석불 뒤에는 깨어진 광배 조각이 있습니다. 두광과 신광의 일부가 있고, 그 밖으로 불꽃무늬가 있습니다.

8월의 끝자락, 아직 무더위는 가시지 않았습니다. 골짜기에 들어앉은 미륵암에는 찾는 이 하나 없이 정적만이 가득합니다. 녹음한 독경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지지만, 무겁게 누르고 있는 정적을 어쩌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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