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무장사지를 찾아 나섰습니다.
요 며칠간 3월인데도 날씨가 겨울처럼 추웠습니다. 그런데 휴일에 봄날처럼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날씨가 풀리니 바깥으로 자꾸 유혹합니다.

무장사지로 가는 길은 예전에는 무척 한적했습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아무도 없는 산길을 따라 흐르는 계천 물소리와 새소리를 벗 삼아 걸었습니다. 휴일 한낮인데도 무장사지를 갔다 오는 동안 한두 사람만을 만났습니다.
그때가 얼마 전 일 같은데, 되돌아보니 그동안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지금은 무장사지 가는 길 입구에 대형 주차장이 들어섰습니다. 휴일이면 등산객들로 넘쳐나고, 등산객들을 유혹하는 미나리 가게가 길을 따라 늘어섰습니다. 예전의 한적함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무장사지 가는 길 곳곳에 눈이 쌓였습니다. 이곳에 3월에 눈은 흔하지 않은 일입니다. 세상일이 하도 수상하니 이젠 이런 일도 예사롭습니다.

계천에는 눈 녹은 시냇물이 시원스럽게 흘러내립니다.

응달진 곳에 며칠 전 내린 눈이 아직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무장사지는 눈에 덮여 하얗게 변했습니다.

- 무장사지 삼층석탑
그렇지 않아도 텅 빈 절터는 잔설로 더 텅 빈 것 같습니다.

날씨는 맑고 석탑은 오늘따라 더 애잔해 보입니다.

시간이 흘렀어도 석탑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석탑은 언제 보아도 눈과 마음이 시원스럽습니다.

무장사지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게 합니다. 몇 년 전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몇 개월 후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눈 덮인 절터는 어떤 느낌인가요? 그저 허허롭습니다.

절터를 지키는 것은 사적비도 있습니다.

- 아미타불 조상 사적비
아미타불 조상 사적비는 귀부와 이수만 남아 있습니다. 사라진 비신을 최근에 새로 만든 비신이 대신하고 있지만, 아직은 왠지 어색해 보입니다.

귀부은 쌍귀부입니다. 거북 머리는 모두 사라졌는데, 거북 머리 하나가 근래에 발견되어 다시 붙여 놓았습니다.

귀부 모습입니다. 거북의 머리가 용머리로 변화되어가는 중간단계의 모습을 하였습니다.

비좌 옆면에 십이지상이 있습니다.

비는 신라 39대 소성왕의 왕비인 계화왕후가 왕이 죽은 뒤 무장사에 아미타불과 아미타전을 만들 때 세웠다고 합니다.

한때 금당이 있었을 법한 곳에는 염불 소리가 이미 오래전에 끊어졌습니다. 지금은 바람 소리와 맑은 햇살, 그리고 잔설만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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