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반구정, 그리고 느티나무... 문화·유적

- 비포장 임도 쪽에서 반구정으로 내려가면서 바라본 낙동강

가는 길이 수월찮아 망설임 끝에 함안 반구정(伴鷗亭)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입사마을(경남 함안군 대산면 장암리)에서 마을 안쪽에 있는 임도(林道)로 걸어가면 대략 50분 거리에 반구정이 있습니다. 반구정 주변에 남바람꽃이 피는 봄이면 걸어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승용차를 타고 입사마을 안쪽에 있는 임도로 반구정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 임도는 차 1대가 지나갈 수 있으며, 경사가 심하고 구불구불합니다. 게다가 마을 쪽 임도에는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으나, 산속으로 얼마간 들어가면 비포장입니다. 이곳부터는 승용차로 가기가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승용차로 반구정에 가려면, 강 옆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합강정(合江亭)을 지나서 가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반구정에는 지금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구정 옆에는 주차할 곳이 마땅찮습니다. 반구정을 조금 지나 시멘트로 포장된 제법 가파른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입사마을에서 올라오는 비포장 임도와 만납니다. 그곳에 승용차 1대가 주차할 만한 공간이 있습니다.

- 반구정

반구정은 한여름 일출이 아름다워 악양루의 석양과 함께 함안의 대표적인 절경으로 꼽힙니다.

반구정을 처음 지은 사람은 조방(趙垹, 1557~1638)입니다. 그는 경남 함안군 가야읍 검암리에서 태어났습니다. 함안 조씨 16대손이고, 두암공파의 파시조입니다. 자(字)는 극정(克精), 호(號)는 두암(斗巖) 혹은 반구정(伴鷗亭)입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문중의 장정 100여 명과 함께 곽재우(郭再祐) 장군을 따라 의병을 일으켜 정암나루와 기강(岐江)을 지키는 등 많은 전공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정유재란 때는 창녕 화왕산성에서 의병들과 함께 많은 적을 무찔렀습니다.

전란이 끝나자 낙동강 우포(藕浦)나루의 말바위 위에 반구정(伴鷗亭)을 지어 갈매기를 벗 삼아 풍류를 즐겼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멀리 마주 바라보이는 곽재우 장군이 머물렀던 창암정(滄巖亭)을 수시로 내왕하였습니다.

- 옛 반구정과 청송사(출처: 기락편방(沂洛編芳, 1758년))

반구정은 원래 함안군 칠서면 용성리 남지대교 부근의 말바위, 즉 두암(斗巖)에 있었습니다. 지금 그곳에는 옛 반구정이 있었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1981년에 세워진 반구정 유허비가 있습니다.

말바위에 있던 반구정이 홍수에 강섶이 침식되고 당우(堂宇)가 퇴락해 1858년 또는 1866년에 후손들이 지금 자리로 옮겼다고 합니다. 지금 자리는 절터입니다. 청송사(靑松寺)라는 절이 있었던 자리입니다.

- 느티나무

지금 반구정의 모습은 이리저리 고쳐져서 원래 모습을 많이 잃었습니다. 이곳에서 사시사철 기거하며 지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을 것으로 이해가 되지만, 아쉬움을 떨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곧 사라집니다. 마당 앞쪽에 늠름하게 서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와 그 너머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 햇볕에 눈이 녹듯 아쉬움이 사라집니다.

- 느티나무

느티나무 수령은 650년이 되었습니다. 높이는 15m이고, 나무 둘레는 5.5m입니다.

- 느티나무

하늘로 향해 뻗은 나뭇가지에서 꿈틀거리는 힘이 느껴집니다.

- 느티나무

느티나무 앞에서 이곳에 사시는 분과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에 의하면, 작년에 아래쪽으로 축 처져 있던 커다란 나뭇가지가 며칠 동안 우는 듯 쩍쩍 소리를 내었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어느 날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후 나무를 쳐다보니 나무가 한결 젊어져 보였다고 합니다. 그 순간 나무도 그러한데 사람도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 느티나무

강 쪽으로 조금 내려와서 느티나무를 다시 바라봅니다.

- 느티나무

나뭇가지 높은 곳에 커다란 말벌집이 매달려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 둥지 속에 토종벌집이 있었는데, 이곳 말벌들에 의해 토종벌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 반구정에서 바라본 낙동강

이곳 강가로 내려서면...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과 너른 남지 들녘, 그리고 낙동강을 걸쳐 있는 남지철교가 바라보입니다. 이 경치에 빠져들다 보면 번잡한 세상사는 잠시 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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