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꺼낸 사방불... 경주 굴불사지 사면석불 문화·유적

- 굴불사 사면석불

경주 소금강산 서쪽 자락에 있는 굴불사지(掘佛寺址)를 찾아갑니다.

굴불사(堀佛寺)는 백률사(栢栗寺) 아래에 있었던 절입니다. 절 이름은 '부처를 땅에서 파낸 절'이란 뜻이 있습니다. 지금 굴불사의 자취는 찾아보기 어렵고, 커다란 돌에 새겨진 사방불만 남아 있습니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권3 탑상(塔像) '사불산 굴불산 만불산(四佛山掘佛山萬佛山)'조를 보면, 굴불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신라 경덕왕(景德王)이 백률사에 거동하여 산 밑에 이르렀을 때 땅속에서 염불하는 소리가 들리므로 그곳을 파게 했더니 큰 돌이 나왔는데 사방불(四方佛)이 새겨져 있었다. 왕은 이곳에 절을 세우고 굴불사(掘佛寺)라고 하였다. 지금은 잘못 전해져서 굴석사(堀石寺)라고 한다.

이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고려 시대의 건물터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출토 유물 가운데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금고(金鼓)에 '굴석사'(掘石寺)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 명문의 굴석사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그 굴석사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 아미타삼존불

굴불사지 사면석불은 신라의 사방불(四方佛) 신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방불(四方佛)이란 동서남북 네 방향에 불상을 새긴 것을 말합니다. 이때 동서남북이란 방위 개념은 모든 방향을 포괄하는 가장 간략한 상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방불은 모든 공간에 부처님이 영원히 거주한다는 불신상주(佛身常住)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방불은 보통 동쪽에 약사여래불, 서쪽에 아미타불, 남쪽에 석가모니불, 북쪽에 미륵불을 조성합니다. 굴불사지 사면석불은 동쪽에 약사여래불, 서쪽에 아미타삼존불, 남쪽에 석불입상, 북쪽에 보살상이 있습니다.

- 아미타삼존불

굴불사지 사면석불에서 정면이라고 할 수 있는 쪽은 서쪽 면입니다. 이곳에 아미타삼존불이 있습니다.

가운데 있는 아미타불의 몸체는 바위 면에 새겨져 있으나, 머리는 따로 만들어 몸체에 올려놓았습니다. 아미타불의 협시보살인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은 각각 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 관음보살

관음보살은 손바닥이 밖으로 보이게 오른팔을 어깨높이에 들었고, 왼팔은 아래로 내렸으며 손에 정병이 들려 있습니다.

- 부분

머리에는 화불이 있는 보관을 썼습니다. 두 눈은 지그시 감았고, 오뚝한 코와 도톰한 입술이 곱습니다.

- 아미타불

아미타불은 오른손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법의는 양어깨에 걸쳤습니다. 앞에는 U자형의 옷 주름이 계단식으로 표현되었는데, 조금 딱딱해 보입니다.

- 대세지보살

대세지보살은 머리와 상체가 파손이 심해 그 부분은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하체와 오른손은 그나마 잘 남아 있습니다.

- 굴불사 사면석불

대세지보살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돌면 북쪽 면입니다. 이곳에 보살상이 있습니다.

- 보살상

보살상은 들어 올린 머리에 보관을 쓰고 서 있습니다. 다른 신체에 비해 두 팔이 유난히 깁니다.

- 관음보살

보살상 옆에 희미한 음각선이 보입니다.

알아보기는 어려우나, 11면 얼굴과 6개 손을 가진 관음보살을 새긴 것이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마모되어 형체도 알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당시 신라 사람들은 자연 암석에 다양한 모습의 불상을 새겨넣어 극락정토를 꿈꾸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약사여래불

동쪽 면에 약사여래불이 있습니다. 약사여래불은 이곳 불상 가운데 보존상태가 좋은 편입니다. 아마도 바위 뒤편에 조성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왼팔은 아랫배 가까이 내렸고 손에 약함을 들었으며, 가슴께 들어 올린 오른팔의 손은 깨어져 나갔습니다. 자세는 결가부좌 하였습니다. 법의는 상체에서는 희미하게 선각으로 되어 있고, 하체에서는 비교적 또렷하게 양각으로 되어 있습니다.

- 부분

머리는 크고, 높은 육계를 하였습니다. 귀는 길게 어깨까지 늘어져 있고, 코는 오뚝하며, 입은 살짝 다물었습니다. 두 눈은 지그시 감았는데,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합니다. 

- 석불입상

남쪽 면에 석불입상이 있습니다.

석불입상은 따로 만든 둥근 연꽃 대좌를 딛고 서 있습니다. 이들 불상은 신체 비례가 보기에도 좋고, 조각 수법도 빼어납니다. 특히 향(向) 오른쪽 보살입상은 이곳 불상 가운데 가장 아름답습니다.

- 석불입상

향 오른쪽 보살입상은 오른팔이 떨어져 나갔으나 비교적 완전합니다. 그 옆의 석불입상은 머리가 없어졌고, 머리가 없는 석불입상 옆에 무엇인가를 떼어낸 듯한 흔적이 있습니다. 알려지기로는 원래는 이곳에 삼존불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머리 없는 석불입상의 머리와 무엇인가를 떼어낸 듯한 흔적이 있는 곳의 보살상을 떼어갔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다음 카페 '옛님의 숨결'에서 굴불사지 사면석불에 대한 최성호 님 글을 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삼존불은 가운데 본존불이 가장 크고, 양옆의 협시불은 그보다 작습니다. 그런데 남아 있는 두 석불입상은 크기가 비슷해 보이고, 자세가 좌우 대칭입니다. 머리가 없는 석불입상 옆의 무엇인가 떼어낸 듯한 흔적이 있는 곳은 협시불이 있기에 폭이 좁고 높이도 낮습니다. 그런데도 그곳에 협시불이 있었다면, 그 크기는 지금 있는 두 석불입상보다 꽤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형태의 삼존불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래부터 두 석불입상이 있는 보살병립상(菩薩竝立像)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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