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모처럼 정리하다가 2006년 4월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을 때의 사진 하나가 눈에 띄어 뒤늦게나마 이렇게 올립니다.
사진은 고달사터 쌍사자 석등입니다.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전시실로 옮겨졌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실내 중앙 복도에 사진처럼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원래 석등은 바깥에 있던 물건이라 아무래도 실내에 두는 것보다는 바깥에 있는 것이 더 어울리는 법이니, 뒤늦게나마 박물관 측이 바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네요.
절에서의 석등은 단순히 불을 밝히는 목적 외에도 칠흑과 같이 어두운 삶에 진리의 불을 밝히는 상징적인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름께나 있는 절마다 석등 하나쯤은 있기 마련입니다. 고달사 또한 예외는 아니었겠죠.

위의 사진은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때의 모습입니다.
이 당시에는 불을 밝히는 화사석(火舍石)까지만 남아있고, 지붕돌은 없습니다. 그런데 2000년에 경기도 기전매장문화연구원이 실시한 발굴조사에서 다행히 지붕돌이 출토되어 지금처럼 비교적 온전한 제 모습을 되찾게 된 것입니다. 지붕돌이 있고 없음에 따라 이처럼 그 모습도 많이 변하는군요.

쌍사자 석등은 통일신라시대 후기에 나타난 독특한 양식으로 법주사 쌍사자 석등, 중흥사터 쌍사자 석등, 합천 영암사터 쌍사자 석등 등의 예가 있습니다. 이 당시의 쌍사자 석등은 영암사터 쌍사자 석등에서 볼 수 있듯이 팔각기둥 형태의 간주석(竿柱石)을 대신하여 사자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선 자세를 취하는 매우 역동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려시대 초기에 만든 고달사 쌍사자 석등은 석등의 하대석에 해당하는 부분에 사자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어 안정되고 차분한 느낌을 주며, 전체적인 조형도 직사각형의 평면구조에 맞춰 이루어진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달사 쌍사자 석등은 상륜부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거의 완전하게 남아 있습니다.
밑에서부터 살펴보면 안상(眼象)이 얕게 음각된 직사각형의 지대석 위에 사자 두 마리가 구름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아 있습니다. 네 발을 모두 앞으로 내밀고 웅크리고 있는데, 얼굴의 표정과 갈기의 표현, 날카로운 발톱의 묘사 등에서 매우 세밀하게 조각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간주석은 2매의 석재로 되어 있는데, 밑에는 지붕돌 모양의 낮은 형태로 되어 있고, 그 위로 고복형(鼓腹形) 석등의 간주석과 유사하나 중앙에 돌출형 수평대(水平臺)가 있는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8엽의 연화문(蓮花文)이 조각된 상대석은 앞뒷면의 꽃잎이 옆면에 비해 넓고, 팔각의 화사석 네 면에는 있는 화창도 앞뒷면의 것이 옆면에 비해 넓습니다. 옥개석은 지붕선이 비교적 날렵한 팔각지붕 형태로 화사석과 마찬가지로 앞뒷면이 상대적으로 넓습니다. 이는 모두 석등의 직사각형 평면구조에 맞춰진 때문이겠죠.

고달사터(高達寺址)는 경기 여주시 북내면 상교리 혜목산 기슭에 있는 절터입니다. 고달사는 신라 말에 창건된 선종 사찰의 하나였으며, 이후 몇 차례의 중건을 거듭하다 17세기를 전후하여 폐사된 것으로 최근의 발굴조사 결과 추정되고 있습니다. 현재 고달사터에는 부도(국보 제4호), 석불대좌(보물 제8호), 원종대사혜진탑(보물 제7호), 원종대사혜진탑비(보물 제6호) 등의 유물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면 고달사터 쌍사자 석등은 고달사터의 다른 유물과는 달리 그곳에 있지 않고 왜 혼자만 국립중앙박물관에 오게 된 걸까요?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는 고달사터에서 무너져 있던 석등을 발견했습니다. 문화재 지정에 앞서 조선총독부는 마을주민 이 모씨에게 석등의 부재를 보관하도록 했으나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그 사실이 잊혔습니다. 그러다 이 모씨가 사망하자, 1957년 그의 아들은 종로 4가에 있는 동원예식장 주인 정 모씨에게 38,000원을 받고 이 석등을 팔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정부는 1958년에 이 석등을 보물로 지정했는데, 이 석등이 팔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당황한 정부는 급히 사태수습에 나섰고, 1959년에야 겨우 석등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이 석등은 고달사터가 아닌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태그 : 석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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